[단독] 北교대 7시인데···"7시 41분 교대시간 오발"이라는 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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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 있는 북한군 GP. [중앙포토]

강원도 고성에 있는 북한군 GP. [중앙포토]

지난 3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직후 북한군이 14.5㎜ 고사총을 발사한 감시초소(GP)에 대해 현장 검열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군 당국이 당시 총격을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보는 유력한 근거 중 하나다.

GP 총격 이후 분주한 움직임 #평양, 사고조사팀 급파 정황 #군, '교대시간 오발' 주장 안 맞고 #20분후 늦장 대응 사격은 문제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3일 오전 7시 41분쯤 북한군 GP에서 아군 GP를 상대로 대구경 공용 화기인 고사총을 최소 4발 이상을 쏜 뒤 해당 GP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피격당한 아군 GP가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북한군 GP를 관측하는 게 용이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당일(3일) 오후 지휘관급이 타고 다니는 군용 전술 차량 여러 대가 북한군 GP에 나타났다”며 “당시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북한군이 GP에 무장 병력을 추가로 보냈던 차원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201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제병지휘관이 탑승한 북한 전술차량. [사진=조선중앙TV 재구성]

201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제병지휘관이 탑승한 북한 전술차량. [사진=조선중앙TV 재구성]

군 당국은 북한군 GP의 상급 부대에서 사고조사(검열)를 실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군은 보통 총참모부 작전총국 3처, 보위사령부, 총정치국 등으로 사고조사팀을 꾸린다. 평양에서 직접 사고조사팀을 DMZ로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GP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탈북 군인은 “총격 당시 GP 근무자뿐만 아니라 상급부대 지휘계통, 평소 초소 근무 상황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북한군 5군단장을 해임하는 등 문책이 줄지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군 당국이 '우발적인 사고'라는 보는 또 다른 근거는 인근 북한군 GP에서도 특별한 동향이 없던 것으로 관측됐다는 점이다. 총격을 받은 아군 GP에서 1.5~1.9㎞ 거리 안의 북한군 GP는 모두 3곳이다. 고사총을 쏜 북한군 GP와 가까운 GP에서 총안구를 여는 등 아군의 반격에 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이런 점들이 우발적 총격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북한이 GP에서 총격을 가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우발적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남북 합의에 따라 동부와 중부, 서부 전선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일부를 폭파했다. 중부전선 북측 GP(왼쪽 사진 원 안)가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 남북 합의에 따라 동부와 중부, 서부 전선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일부를 폭파했다. 중부전선 북측 GP(왼쪽 사진 원 안)가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북한군이 총격 도발로 아군의 경계태세를 떠본 뒤 책임을 피하려고 각종 기만술을 동원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군 당국은 ‘북한군 GP 교대시간에 실수로 일어난 오발’이라는 입장인데, 총격은 오전 7시 41분에 일어났고 북한군 GP의 교대 시간은 오전 7시”라며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3일 북한군 총격 후 20분이 훨씬 지난 뒤 아군의 경고성 대응 사격이 나와 늦장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안개 속에서 총성을 들은 뒤 피격을 확인하는 데 10분이 넘었다”며 “GP 소초장이 사단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뒤 명령을 받고 대응 사격을 했다”고 해명했다. 2015년 8월 20일 북한군이 경기도 연천의 아군 대북방송 확성기를 사격했을 때도 155㎜ 자주포의 대응 사격은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판문점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철거 GP를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미뤄진 판문점 견학 재개를 위한 현장 점검이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조만간 (견학 재개) 날짜가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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