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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칩, 질병 진단 새차원 연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경찰 톰은 DNA칩 덕에 최근 발생한 살인범을 하루만에 잡았다. 휴대용 DNA칩으로 범행현장에서 찾아낸 범인의 머리카락에서 DNA를 알아내 전과자 DNA와 대조한 뒤 신속하게 범인을 뒤쫓은 결과다. "

인간 지놈프로젝트 붐을 타고 관심을 끌고 있는 DNA칩을 활용한 가상 시나리오다. 질병 진단에서부터 경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DNA칩은 어떻게 만들고 용도는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 반도체 칩과는 딴판〓DNA칩은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반도체 칩과는 완전히 다르다. 반도체 칩처럼 거미 다리 같은 핀들이 나와 있지 않으며 금속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유리판에 손잡이가 달린 듯하다.

사실 DNA칩의 바닥판은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할 때 사용하는 일반 유리다. 크기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나 미국 애파이메트릭스사가 내놓은 DNA칩은 가로.세로가 1.28㎝인 정사각형이다. 이 위에 DNA를 점 형태로 찍어 놓은면 DNA칩이 된다. 유리판 위에 점으로 찍는 작업을 ´칩 위에 DNA를 심는다´ 고 말한다.

어른 엄지 손톱만한 DNA칩 위에는 현재 40만 종류의 DNA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199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이 칩이 처음 개발됐을 때는 약 3천개 정도의 DNA를 점으로 찍어 올려 놓았었다.

약 30억개로 추정되는 인체의 모든 DNA를 칩에 심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로는 7천5백여개의 칩이 필요한 셈이다.

유리판 위에 DNA를 점으로 찍기 위해서는 ▶컴퓨터 프린터 방식의 하나인 잉크제트 방식처럼 DNA를 유리판 위에 뿌리거나▶볼펜으로 종이에 점을 찍듯 하거나 ▶반도체 제조 방식인 포토마스크 기법을 사용한다. 이외에 전기적으로 DNA를 원하는 위치에 붙이기도 한다.

◇ 어떻게 활용하나〓가장 활용도가 높은 분야는 단연 질병 진단 쪽이다. 단 한번에 수천~수십만개의 DNA를 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진단용 DNA칩의 경우 칩 위에는 암 발생과 관련된 DNA들이 심어져 있다. 이 위에 진단받는 사람의 DNA를 올려 놓으면 칩 위의 DNA들의 색이 바뀌도록 되어있다. 색이 짙어지면 암이 발생했거나 중증이라는 신호이며 전혀 바뀌지 않으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 예컨대 간암을 잘 일으키는 DNA의 색이 변하면 그 암에 걸렸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다.

색이 변하는 정도와 어떤 DNA가 변하는지는 컴퓨터로 분석한다. 이런 방법으로 당뇨병.치매.간질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좀더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 사전에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DNA는 어느 세포에나 똑같이 있기 때문에 머리카락.발톱.혈액 등 어느 인체조직에서나 추출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암과 에이즈를 검사할 수 있는 DNA칩이 개발돼 있다.

미국은 2년 안에 모든 경찰차에 범행 현장에서 수초만에 DNA를 감식할 수 있는 DNA칩을 보급할 계획이다. DNA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달라 범인 색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동식물.식품 검사와 오염도 검사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DNA칩은 일반 공산품을 찍어내듯 대량으로 복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번 검사하고 나면 버려야 하는 1회용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재천박사는 "인간 지놈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되면 DNA칩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 이라며 "질병 진단 분야에 새로운 차원을 열 것" 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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