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람사전

안심 / 안전 /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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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철 카피라이터

정철 카피라이터

안심 : 엄마가 있다는 것.
안전 : 엄마가 있다는 것.
안정 : 엄마가 있다는 것.

『사람사전』은 ‘안심, 안전, 안정’을 이렇게 풀었다. 세 단어 모두 같은 정의를 내렸다. 그랬다. 어린 우리에게 엄마의 존재는 안심이었다. 엄마의 손은 안전이었다. 엄마의 품은 안정이었다. 이었다. 이었다. 이었다. 세 문장 모두 과거형을 썼다. 이제 우린 엄마 없이도 안심과 안전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어른이니까.

어른. 엄마를 과거로 보내고 홀로 섰다고 믿는 어른. 그러나 그들도 공포에 싸이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엄마! 절망에 걸려 넘어지면 깨진 무릎 붙잡고 다시 그녀를 부른다. 엄마! 어려울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우리의 무의식은 늘 엄마를 꺼낸다.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운 그 말을 꺼낸다.

사람사전 5/6

사람사전 5/6

엄마! 이 한마디엔 세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안심 주세요. 안전 주세요. 안정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세 문장 모두 현재형이다. 엄마라는 말에는 과거형이 없다. 엄마였다, 라는 말은 말이 아니다.

엄마는 늘 현재다. 늘 우리 곁에 있다. 몸이 멀리 있으면 마음이 새끼 주위를 서성거린다. 우리 자식새끼들은 서성거리는 엄마에게 어지럽다고, 정신없다고 말해버린다. 돌아서면 후회할 그 말을 해버린다. 내일모레가 어버이날이다. ‘효’라는 짧은 글 하나를 내려놓고 칼럼을 마친다.

수천 년 전에도 효도하는 법은 하나뿐이었다. 수만 년 후에도 효도하는 법은 하나뿐일 것이다. 살아계실 때 한다.

정철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