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코앞인데 “어린이 전파력 낮아” “어린이가 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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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 연기를 거듭하던 국내 초·중·고등학교가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빗장을 푼다. 학교 개학은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이슈다. 스위스·프랑스·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11~12일부터 개학을 점진적으로 허용한다. 이스라엘 일부 학교는 이미 등교를 시작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이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빈약한 데이터에 의존해 학교를 다시 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결과 제각각, 속타는 학부모 #사이언스 “접촉자수 성인의 3배”

그동안 어린이에겐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상대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았다. 전염력이 성인에 비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영국의 9세 아동이 72명의 접촉자들 중 누구에게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네덜란드 국립의료원(RIVM)이 감염자가 발생한 50여 가구의 코로나19 확산 경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가 첫 번째 환자인 가구는 하나도 없었다. 또, 43명의 아동·청소년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 중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 RIVM 소속 유행병학자인 수잔 반덴호프는 “그동안 나온 연구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어린이들이 바이러스 전파자인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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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감염되는 비율 자체가 낮다는 보고도 있다. 이탈리아 소도시 보(Vo)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10세 이하 234명 중 감염자 수는 ‘0’이었다. 지역 전체 감염률은 1~3% 정도였다.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항체 추적 검사에서도 20세 이하 감염률이 2%로 나머지 연령(4.2%)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표본이 작고 학교가 폐쇄됐을 때 수집된 통계라는 한계가 있다. 사이언스는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어린이들이 어떤 특이점을 갖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내놓은 증거는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어린이들의 감염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지만, 신뢰성이 낮고 반대의 결과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막상 개학을 하고 어린이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가 좁혀지면 어린이들이 본격적으로 ‘무증상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는 중국 상하이와 우한에서 이뤄진 학교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평균적으로 성인보다 접촉자 숫자가 약 3배 많았다. 어린이들이 감염될 확률 자체가 성인보다 낮다고 해도 접촉자 수가 많기 때문에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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