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인구대국에선 맥 못춘다···스마트폰 판매1위 삼성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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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인구가 많은 ‘빅 마켓(Big Market)’에서는 유독 고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공세 속에 인구 상위 5개국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년째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빅 마켓에서는 점유율이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현장.

삼성전자는 지난해 9년째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빅 마켓에서는 점유율이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현장.

인구 상위 5개국 중 삼성전자 점유율 1위 없어 

4일 중앙일보가 복수의 시장조사업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인구수 상위 10개국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브라질·방글라데시·러시아·멕시코 4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상위 5개 나라 중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인 곳은 없었다.

중국 시장에서 일찌감치 '아더스'로 분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거의 모든 시장조사업체 조사 결과에서 ‘아더스(Others)’로 분류된 지 오래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은 1% 남짓이다. 2013년 19%에 달했지만, 이후 점유율이 급전직하했다. 시장조사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국 시장 1위는 화웨이로 올 1분기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37~40%다.

브랜드별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카날리스〉

브랜드별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카날리스〉

인도에서 3위로 밀리고 미국 점유율은 하락 추세  

삼성전자는 1~2위를 다투던 인도 시장에서도 3위로 추락했다. 인도는 세계 2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기준 16%로 샤오미(30%)와 비보(17%)에 밀렸다. 카날리스 조사에서도 18.9%로 비보(19.9%)에 밀린 3위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국 브랜드가 초저가 제품을 무더기로 내놓으며 전년 대비 출하량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하락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로 애플(49%)에 이어 2위다(카운터포인트). 스탯카운터는 올 3월 기준 애플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60.1%, 삼성전자는 24.4%라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파키스탄에서도 중국 업체 강세  

세계 인구 4위인 인도네시아(2억7350만명)에선 시장조사업체별로 차이가 난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 1, 2위는 중국 오포(26.2%)와 비보(22.8%)다. 삼성전자는 19.4%로 3위다. 카날리스 조사에서는 오포가 22.7%로 1위, 삼성전자는 21.2%로 2위다. 반면 카운터포인트 조사에서는 삼성전자가 22%로 1위다. 다만, 2017년까지 30% 안팎이던 삼성전자 점유율이 중국 업체의 공세에 크게 하락했다.

인구 2억2000만명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8000만명인 파키스탄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인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 스마트폰 시장 1위는 오포, 2위는 삼성전자다. 화웨이와 비보가 각각 3, 4위다. 파키스탄의 IT매체 폰월드는 파키스탄 3대 도시(이슬라마바드·카라치·라호르)에서 오포가 점유율 23~24%로 1위, 삼성전자는 20~21%로 2위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삼성전자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화웨이, 러시아·멕시코에서 점유율 크게 늘려  

세계 6위 인구 대국인 브라질(2억1300만명)에서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다. 시장 점유율이 45%에 이른다(스탯카운터). 2위는 모토로라(21.9%), 3위는 애플(13.7%)이다. 아프리카 최대 시장이자 인구 7위인 나이지리아에선 트랜션이 40.6%로 1위, 삼성전자는 18.6%로 2위다. 인구 8위국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16.1%로 1위를 지켰다(IDC). 2위는 방글라데시 업체인 심포니로 15.5%다. 샤오미는 10.3%로 4위다. 인구수 9~10위인 러시아와 멕시코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연간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다.

하지만 IDC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화웨이가 서브 브랜드인 ‘아너’를 포함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IDC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즈였지만, 화웨이는 4분기에 삼성보다 100만대 더 팔았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도 화웨이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19.3%로 삼성전자(27.4%)를 바짝 뒤쫓고 있다. 화웨이의 멕시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년 새 10% 가까이 올랐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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