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T공룡 흔든 코로나19…"테크 거인은 작게 생각하면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위기 속 불안한 성장'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줄줄이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대한 업계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20%를 가볍게 넘기던 매출 성장세는 다소 주춤(전년 동기 대비 알파벳 13%, MS 15%, 페이스북 18%, 아마존 26%, 애플 0.5% 성장)했고, 아마존·애플은 각각 순이익이 28.8%와 2% 줄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온라인 쇼핑 등 시장 확대 기회를 포착한 테크(기술) 공룡들도 있었다. 실적발표와 함께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코로나19'가 바꾼 미래에 대해 언급했다.

코로나19 겪어낸 글로벌 IT CEO 말말말...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19 겪어낸 글로벌 IT CEO 말말말...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년 걸릴 디지털 전환 2달 만에"

코로나 19는 유례없는 디지털 전환을 불러왔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코로나19는 업무와 생활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쳤다"며 "2년 동안에 걸쳐 이뤄질 디지털 전환이 최근 2개월 사이 일어나는 걸 경험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 . 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 . 연합뉴스

대표적 디지털 전환 분야는 '원격근무'와 '클라우드'다. MS의 1분기 클라우드 분야 매출은 123억 달러(15조원)로 전년 대비 27% 성장을 기록했고, 화상회의 서비스인 팀즈(Teams)는 3월 사용량이 전달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나델라 CEO는 "(코로나19이후) 원격근무와 학습, 영업 및 고객 서비스, 클라우드와 보안까지 어떤 환경에서도 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도 " 원격 근무·온라인 쇼핑·배달·홈 엔터테인먼트·원격 진료의 발전 덕분에 위기 속에서도 경제 여러 부문이 정상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며 디지털이 전 세계의 '셧다운'을 막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팬데믹은 양날의 검"

온라인 사용자는 급증했지만, 오프라인 판매 기반 테크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앱 스토어를 포함한 애플의 서비스 이용 분야 매출은 1분기 133억 5000만 달러(16조 34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6% 성장이지만 중국의 생산시설과 전 세계 460여개 애플 매장이 문을 닫으며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4.2% 줄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연합뉴스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 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는 "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양날의 검"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자신감이 있지만, 앞으로 60일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애플은 불투명한 시장 환경을 고려해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을 보류하고 자사주 500억 달러(61조원)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지금의 위기는 온라인 쇼핑·클라우드·프라임 비디오 등 아마존 사업의 지속성과 적응력을 보여줄 기회이지만, 동시에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힘든 시간"이라고 했다.

"비상사태가 모든 것을 바꿀 것"

피차이 알파벳 CEO는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전후의 세상이 완벽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디지털 세상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팬데믹"이라며 "세상이 얼마나 급작스럽게 변할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알파벳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 로이터=연합뉴스

알파벳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비상사태가 지나고 나면 세상은 예전과 다를 것"이라며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은 바뀔 것이고, 기업은 사업을 재창조(reinvent)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육·의료·쇼핑·엔터테인먼트 분야 디지털 서비스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포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유튜브 광고 성과 덕분에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411억 6000만 달러(50조2300억 원)의 1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테크 거인들은 작게 생각하면 안 된다"

물류비용 증가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한 25억 3500만 달러(3조 901억원)를 기록한 아마존은, 2분기에 오히려 40억 달러(4조 88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베조스 아마존 CEO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계속되는 동안 고객과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2분기에는 40억 달러를 코로나19 진단 능력 확보와 작업장 환경 개선, 직원 임금 인상 등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

베조스 CEO는 "테크 거인들은 작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 지금 이 세상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수십만 직원들의 안전과 복지에 관한 투자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지금은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회복을 위한 투자는 기업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자유'와 '건강권' 논쟁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신화통신=연합뉴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신화통신=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의 자유 제한과 관련된 '가치'논쟁도 이뤄졌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실적 발표에서 "거주지 제한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걸 알지만, 감염률이 감소하기 전에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민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조속한 '경제활동 재개'가 필요하다는 반론을 내놨다. 그는 29일 테슬라의 실적 발표 후 "스스로 집에 머물겠다고 하는 건 괜찮지만, 집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하고 묶어두는 건 독재”라며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자유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