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도 뛰어 넘은 코로나···이란 첫 자동차극장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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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자동차 극장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영화관 영업이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

이슬람 율법선 외간 남녀 단둘이 금지 #거리 두기 지키려 첫 자동차극장 생겨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

이슬람 율법에선 부부나 가족이 아닌 남녀가 실내에서 단둘이 있는 것을 금지한다. 이런 이유로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이란에서는 자동차 극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마저 뛰어넘은 셈이다.

지난 1일 이란 테헤란에 자동차 극장이 처음 등장해 차 안에서 영화를 보는 이란 사람들. [EPA= 연합뉴스]

지난 1일 이란 테헤란에 자동차 극장이 처음 등장해 차 안에서 영화를 보는 이란 사람들. [EPA= 연합뉴스]

이란 언론 IFP 뉴스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자동차 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인(drive-in)’ 극장이 이란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란 테헤란 시청이 밀라드 타워의 야외 주차장에 임시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자동차 극장을 열었다.

피루즈 하나치 테헤란 시장은 “드라이브인 극장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처음 등장했다”며 “전염병으로 어려운 현 상황에서 시민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 이란에 처음 등장한 자동차 극장. [EPA=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 이란에 처음 등장한 자동차 극장. [EPA=연합뉴스]

이란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난 2월 말부터 사람들이 밀집하는 영화관‧공연장 등 대중 문화시설의 영업을 중단했다.

테헤란시는 자동차 극장이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면서도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우선 임시로 며칠 동안 매일 오후 9시와 오후 11시 두 차례 이 자동차 극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수용 가능한 차량 수는 165대이며 입장료는 일반 영화관의 3배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동차 극장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외간 남녀가 단둘이 실내에 함께 머물기 때문이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선 특히 야간에 차 안에서 가족이 아닌 남녀가 단둘이 있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자동차 극장의 경우 남녀가 단둘이 같은 차에 타고 있어도 혼인 증명서나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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