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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투혼' 날려버린 왕기춘 성폭행···과거엔 여성 폭행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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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유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유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연합뉴스]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 전 유도대표팀 전력분석관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일 구속영장 발부돼 #혐의 확정시 체육연금 박탈

대구경찰청은 “지난 3월16일에 대구수성경찰서에 왕기춘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으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난 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2일 밝혔다.

왕기춘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73㎏ 이하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고통을 참고 투혼을 발휘한 스토리가 알려지며 한국 유도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체급을 81㎏ 이하급으로 올려 김재범(35ㆍ은퇴)과 경쟁했지만,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해 리우행이 무산되자 은퇴했다.

지난 2017년 유도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발탁됐지만, 4개월만에 사임했다. 이후 대구로 내려가 자신의 이름을 건 유도관(왕기춘 간지 유도관)을 내고 생활체육 지도자로 거듭났다. 아울러 유튜버로 변신해 ‘BJ왕간지’ ‘BJ왕기춘’ 등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그는 유튜브에 입문한 이유에 대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크게 주목 받은 게 10년 전인데, 벌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게 싫다”고 말했다. 한때 방송 진출을 타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왕기춘은 유도를 통해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을 전망이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로 확보한 체육연금(경기력향상연구연금)부터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체육인 복지사업 운영 규정 제 24조(지급 대상 및 추천) 6항에 따르면 연금 지급 대상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이 확정되면 연금 수령 자격을 잃는다”고 말했다.

운영 중인 사업체(유도관)로부터도 소송을 당할 전망이다. 왕기춘의 이름을 딴 유도관은 대구를 포함해 전국 6곳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 중인데, 미성년자 성폭행 사실이 보도된 이후 일부 유도관 운영자들이 왕기춘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한 유도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상황이 어려운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 당장 간판부터 바꿔달아야 할 처지다.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유도회 차원의 중징계도 불가피하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당시 제자였던 신유용 씨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손 모 코치의 경우 올해 초 유도회 스포츠공정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 영구제명 및 삭단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유도회 관계자는“정황상 왕기춘도 신유용 사건과 비슷한 수위(영구제명)에서 징계가 내려질 것 같다. 다만 징계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내려지는데, 규정상 반드시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줘야한다. 현재 왕기춘이 구속 수사 중이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체육회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왕기춘이 물의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용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2세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2013년에는 육군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도중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돼 영창 처분을 받기도 했다.

송지훈·피주영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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