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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도 20만대 이상 못 팔았다···갤럭시S20 美서 부진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옥 내 딜라이트숍.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옥 내 딜라이트숍.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운데 최상급 제품인 갤럭시S20이 미국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6일 공식 출시 후 단 한주도 20만대 이상 판매된 적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외에 5G(세대) 스마트폰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낮은 수요가 S20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판매 부진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코로나 말고도 부진 이유 많다"는 美 매체 

미국 IT매체 폰아레나·PC맥 등은 최근 시장조사업체 '엠사이언스'를 인용해 "갤럭시S9과 S10은 출시 후 2주차에 각각 50만대, 40만대 팔렸지만, S20은 미국 출시 이후 7주간 한 번도 20만대 이상 팔린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전작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올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S20은 지난 3월 6일 한국과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총 20개 국가에서 출시됐다. 이번 주부터 9주차 판매에 들어간다.

미국 갤럭시 시리즈 판매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 갤럭시 시리즈 판매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여파가 컸지만, 미국 매체들은 갤럭시S20의 상품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PC맥은 "미국 내 5G 망이 아직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충성스러운 삼성 휴대전화 사용자도 S9이나 S10에서 S20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적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갤럭시S20 시리즈 3종(S20, S20플러스, S20울트라)를 모두 5G 모델로만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에서 노트10를 LTE(롱텀에볼루션) 모델 없이 5G 모델로만 판매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다.

5G 넣고 가격 올렸다가 '낭패'? 

미국에서 갤럭시S20의 성적이 부진한 또 다른 이유도 5G와 연관이 있다. 삼성전자가 S20에 5G 모뎀칩을 비롯한 비싼 부품을 넣는 대신, 제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제품 한 개당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비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IT매체 안드로이드오쏘리티는 "갤럭시S20이 안 팔리는 데에는 코로나19를 비롯해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명백한 건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갤럭시S20 vs 아이폰11 미국 출고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갤럭시S20 vs 아이폰11 미국 출고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갤럭시S20은 가장 낮은 사양의 제품이 미국에서 999달러(약 122만원), 최상급 S20울트라는 1399달러(약 171만원)에 살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11을 649달러(약 79만원)부터, 최상급 모델인 11프로맥스를 1249달러(약 153만원·256GB 모델)에 판매하고 있다. LTE 스마트폰과 5G의 차이라고 해도 삼성이 갤럭시S20을 아이폰11보다 더 비싸게 내놨다.

출시 석 달 만에 단말기 보조금 인상 요청 

이에 삼성전자도 갤럭시S20의 가격을 조정하는 모양새다. 미국 통신사업자 3곳은 S20을 200달러(약 24만원)씩 할인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의 요청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 3곳(SK텔레콤·KT·LG유플러스)이 지난 1일 S20의 공시지원금을 기존(7만8000원~24만3000원) 대비 두 배 이상인 25만~50만원 수준으로 늘렸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월 11만5000원 요금을 선택하는 이용자는 보조금을 50만원 받을 수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20에 대한 공시 지원금 증액은 애플의 보급형 기기 '2세대 아이폰SE'를 견제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일 공식 판매에 들어가는 아이폰SE는 최저 55만원(64GB 모델 기준)에 살 수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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