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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 찬반 싸움 된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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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06면

김종인

김종인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 경쟁이 아니라 ‘김종인 싸움’이 돼 버렸다”(미래통합당 중진 의원)

계파 경쟁 과거와 다른 양상 #서병수·정진석·권영세 등 찬성 #조경태·조해진·김태흠은 반대

통합당의 지휘봉을 누가 잡느냐를 놓고 치열한 내부 수싸움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김종인 비대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난제가 놓여 있다. 지난달 28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출범을 의결했음에도 당사자인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4개월 임기’를 거부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이 뒤숭숭하다. 그런 만큼 이 난제를 해결하는 후보에게 당내 표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원내대표 도전자들은 ‘김종인 비대위’ 찬반 입장부터 동료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판이다.

원내대표 후보군의 견해는 첨예하게 갈린다. 5선의 서병수·주호영·정진석 당선인, 4선의 권영세 당선인, 3선의 유의동 당선인 등은 김종인 비대위에 손을 들어줬다. 서 당선인은 “김 전 위원장이 세대교체를 하고 시대정신을 접목하면 힘 있는 보수 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고, 권 당선인도 “하루빨리 김 전 위원장의 수락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들 중 한 명이 원내대표 레이스에서 승리하면 4개월 꼬리표를 뗀 김종인 체제가 닻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를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조경태(5선) 의원은 가장 적극적인 ‘반 김종인’파다. 4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조해진 당선인도 외부인 통제를 벗어난 ‘자강론’을 외치고 있다. 김태흠 당선인도 그간 수차례 “김종인 비대위 대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들이 원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김종인 비대위는 좌초될 공산이 크다.

김종인 비대위에 호의적이었다가 중립 또는 반대로 선회한 후보군도 있다. 당 일각에서 ‘김종인 비토론’이 거세지면서다. 장제원 당선인은 “미련을 버리자”고 했고, 주호영 당선인도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은 될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김종인 체제를 둘러싸고 당이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과거 당권 경쟁은 후보의 계파·지역·개인기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친이 대 친박’ 혹은 ‘친박 대 비박’ 같은 계파 힘겨루기나 ‘영남 대 비영남’ 등 지역 대결 양상이 흔했다. 하지만 이번 경선의 초점은 온통 ‘김종인 비대위’에 맞춰져 있다. 친박 인사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계파 구도가 깨진 데다 당의 혼돈 상황이 길어지면서 “김종인 비대위부터 매듭짓자”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도 “원내대표 후보들에게 제1공약으로 ‘김종인 비대위 찬반’을 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선 레이스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당선인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조해진 당선인은 이날 “당이나 원내 지도부 중 하나에 반드시 도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태흠 의원과 무소속 권성동 의원도 도전 의지를 밝혔다. 통합당 관계자는 “자천타천으로 여러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데 주말을 지나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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