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협 "내가 옳다" 의약분업 홍보전

중앙일보

입력

"의약품 오.남용을 줄여 국민건강을 향상시킨다. " (정부)

"현행 의약분업안대로 하면 결코 오.남용을 줄일 수 없다. " (대한의사협회)

시행시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서로 "내가 옳다" 며 홍보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이다보니 국민들은 의약분업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헷갈리고 있다.

홍보전에 의사협회는 20억원, 정부도 3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등 기금.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광고전〓전국의 병.의원에는 의약분업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감행하는 무책임한 임상 시험" 이라고 맹비난하는 의협 명의의 대형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뿐 아니다. 의협은 주요 일간지에 현행 의약분업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광고를 50여차례 하면서 8억원을 썼다.

환자용 팸플릿, 가두홍보용 전단, 보도자료집과 회원 교육용 책자 및 전단을 만드는 데 2억원을 썼다.

지난 2월 회원들을 상대로 모금한 20억원이 거의 소진돼 현재 개원의 20만원, 종합병원 의사 10만원씩 추가로 모금, 6월 한달 집중적으로 광고를 쏟아낼 예정이다.

의협과 별도로 동네 의원 살리기 운동본부와 민주의사회.피부과개원의협회 등도 별도의 광고.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서 지난 2월 의사들의 여의도 집회 때 "의약분업은 국민적 합의 사항" 이라는 반박 광고를, 4월 휴진 때는 비상진료 안내 광고를 냈다. 두 차례 광고에 6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의약분업 때 국민대응 요령을 담은 소책자 3백50만부를 서울의 각 가정에 이미 배포했고 6월 중 전국적으로 한 차례 더 배포할 예정이다. 이밖에 TV.지하철광고, 전단.포스터 제작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배정된 30억원의 예산이 바닥나 최근 건강증진기금(담배 한갑당 8원씩 부담금) 에서 27억원을 전용해 6, 7월 두달간 쓰기로 했다.

◇ 국민은 뒷전〓연세대 이규식(李奎植) 교수는 "비전문가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양쪽의 주장이 다 옳은 것처럼 보여 헷갈릴 수밖에 없다" 면서 "이대로 가면 국민들만 중간에서 ´붕 뜨는 현상´ 이 더 심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건강연대 강창구(姜昌求) 정책실장은 "의약분업 시행이 코앞에 다가온 현재 시급한 일은 정부의 홍보강화가 아니라 정부가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관계를 넘어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에 의약분업으로 약값이 줄어드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만큼 의사들의 기술료를 보전해주는 쪽으로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고 권고했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