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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원들 ´마케팅´ 도입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경희대 동기 동창생 두명이 모여 서울 방배동에 개원한 가인치과는 맨 먼저 병원 로고부터 만들었다.

서울 강남지역에 즐비한 치과병원과 경쟁하며 중산층의 취향에 맞추자는 전략을 세웠다.

황윤태(33)원장은 "요즘 문여는 병원들은 규모가 작아도 로고나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면서 "홍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고 말했다.

이젠 의료계에도 마케팅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로고나 캐릭터.광고.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홍보가 보편화됐으며 나름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로 환자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대형 종합병원이 많이 생겼고 그 틈바구니에서 동네병원도 생존을 위한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국내 체인병원 1호 예치과를 설립한 박인출 원장은 "인술을 펴는 기관이 손님끌기에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반감을 가진 사람도 적잖지만, 국내 의료시장 개방과 의약분업 실시 등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병원 경영도 일반 비즈니스의 원리를 배워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이색 마케팅=예치과처럼 병원의 홍보.섭외 전담 코오디네이터를 두는 병원이 늘고 있다.

장난감 몇가지를 비치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삼성제일병원처럼 널찍한 공간에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춘 산부인과.소아과가 생겨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서비스에 부족함이 없는지 다녀간 고객들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있다.

브랜드를 함께 쓰는 공동 마케팅도 번져 체인병원이 10여개로 불어났다.

예치과 이후 치과.성형외과.안과 분야에서 체인이 생겼고, 지난해에는 부산에 본원을 둔 ´피부사랑´ (피부과)이 설립됐다.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진료.재교육 노하우를 공유하고 의료기기.의약품 등의 공동구매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서비스 벤치마킹〓안동병원.예치과.삼성서울병원 등 앞선 서비스가 알려진 병원을 찾는 견학생이 많다.

그동안 경북 안동병원을 찾아온 사람은 2백여곳 6천여명에 달한다.

병원측은 "올들어 예년보다 내방객이 10% 가량 늘었다" 고 전했다.

이 병원은 1998년부터 숨진 입원환자를 병원장.주치의.담당 간호사가 직접 문상하고 1년에 한차례씩 이들을 위한 합동 추모제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퇴원 환자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건강을 체크하는 간호사 애프터서비스 제도도 호평을 얻었다.

다음달부턴 고객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무료 종합검진 등 혜택을 주고 보호자 없이 간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 병원 마케팅 특수〓관련 업계는 연간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병원 마케팅 시장을 노리고 있다.

예치과는 올들어 메디파트너라는 자회사를 통해 병원 경영 컨설팅 사업을 본격화했다.

크리애드.D&D처럼 병원의 홍보.광고나 브랜드.로고.캐릭터.이미지 구축(CI)등을 대행하는 전문업체도 생겨났다.

TV 광고는 아직 허용되지 않았지만 광고 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성환 크리애드 사장은 "요즘 서울 강남 압구정.청담동 일대에 밀집한 성형외과.피부과.치과 등은 잡지외에도 지하철역 벽보.마을버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원 인사.확장이전 광고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면서 "홍보.광고 대행업체들이 좋은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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