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8일 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찾았지만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하지 못한 채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구기동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이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여서, 예고 없이 방문하게 됐다.
차량에서 내린 김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후 상임전국위를 열겠다는 생각은 안 하실 것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내 임기를 연장해달라’는 말을 하실 수 있겠나. 그게 안 되니 일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전국위 무산에 대해서는 “심 원내대표가 많은 분이 오신다고 해서 조금 편하게 생각하신 것 같다”며 “상임전국위 중 많은 분이 낙선한 상태다. 그분들이 안 나오시는 바람에 대거 불참이 됐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8월 31일까지 열기로 한 당헌은 개정에 실패했다. '김종인 비대위'의 활동 기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은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비대위원장이라면 맡지 않겠다. 당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까지는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 안 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그는 “우리도 사퇴하고 끝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비대위 외) 다른 비대위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30분이 지난 오후 8시 50분쯤 자택에 도착했다. 둘을 보더니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느냐”며 집안으로 안내했다. 이후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현 상황을 설명했고, 김 전 위원장은 주로 듣고 있었다고 한다.
30분가량 지난 뒤 집을 나온 심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여러 걱정하는 얘기만 했다. 포도주만 마셨다”며 차량에 올라탔다. 이어 나온 김 정책위의장은 “수락 의사 표시도 없었고, 거절 의사 표시를 한 것도 없었다. 현 상황을 걱정하는 말씀을 하셨다”며 “지금 상황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당장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결정지은 것은 없다. 4개월 임기 비대위원장직 거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금 상태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도 수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의사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고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애초부터 상정한 비대위랑 오늘의 결과는 맞지 않는다”며 “거절 의사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거라도 맡아달라'고 말한 것도 없다. 레드와인 3잔만 마시고 나왔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뚜렷하게 부인하는 취지의 답을 하지 않아 ‘김종인 비대위’ 카드가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 지도부는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