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행당한 韓부부에···베를린 경찰 "비웃음, 차별 아니다"

한국 유학생 부부가 독일 수도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코로나"라는 말을 들으며 인종차별과 성희롱을 비롯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학생 부부에 따르면 독일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 편에 섰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베를린 유학생 부부가 인종차별 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접수한 서류. 베를린 유학생 부부 제공. 연합뉴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26일(현지시간) 0시 20분쯤 독일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발생했다.

U7노선을 타고 귀가하던 한국인 유학생 부부에게 독일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다가와 "코로나"라고 수 차례 이야기했다. 이들 중 한 남성은 "코로나, 해피 코로나 데이, 코로나 파티"라면서 부인 김모씨를 향해 손키스 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위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부부는 휴대전화로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남편 이모씨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고, 그 사이 무리는 도망쳤다.

김씨는 이들을 쫓았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다. 무리 중 한 남성이 김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면서 팔뚝을 세게 잡았고, 다른 남성은 이씨를 밀치며 침을 뱉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지하철 기관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환승장에 있던 여성 2명이 붙잡혔다.

이 여성들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을 들었다며 적반하장 격으로 경찰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들은 경찰은 부부에게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부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이 '육체적인 폭력이 아니라 코로나라고 비웃는 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다'라고 해 말문이 막혔다"며 "경찰관에게 '독일 경찰의 공식 입장으로 봐도 되느냐'라고 물으니 그때서야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경찰이 사건 접수도 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부는 주독 한국대사관의 긴급 영사전화를 통해 대사관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대사관 측이 경찰과 통화한 뒤에야 독일 경찰은 사건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