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퇴직 때 기밀 68만건 빼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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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원이 퇴직하면서 68만건의 기밀 연구자료를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 관련 당국이 수사 중이다. 26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DD를 그만둔 A씨는 퇴직에 앞서 1년 동안 68만건의 기밀 연구자료를 USB에 담은 뒤 외부로 가져 나간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말 이같은 내용의 첩보를 입수한 뒤 경찰과 함께 내사를 벌여왔다. A씨는 현직 때 ADD에서 고위 간부를 지냈다.

AI·드론 등 미래 첨단무기 자료 #당국, 해외에 기밀 넘겼는지 조사

정부 관계자는 “관련 당국이 최근 A씨의 기밀 유출 혐의를 일부 확인했으며 정식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빼낸 정보는 주로 인공지능(AI), 드론, 로봇과 같은 미래 첨단무기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방산업체들이 탐을 낼만 한 정보가 상당량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돈을 벌기 위해 기밀 연구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 연구할 때 참조용으로 보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은 유출된 기밀 연구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유포 범위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밀 연구자료가 해외로 넘어간 정황은 아직 없다고 한다. 당국은 또 A씨 외에도 ADD 퇴직 연구원들이 현직 때 연구한 기밀 자료를 퇴직하면서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는 관행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ADD의 일부 퇴직자들이 해외, 특히 방산에 관심이 많은 중동 국가에 스카우트되는 과정에서 기밀 연구자료를 넘긴다는 첩보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ADD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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