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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만에 문 열린 명동성당…선착순 260명 번호표 나눠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할렐루야, 성도 등록증! 성도 등록증!"

26일 오전 8시 30분.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은 9시 예배를 앞두고 교인들이 모여들자 '성도 등록증'을 미리 준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교인들은 본당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한 뒤 '성도출석시스템'에 성도 등록증을 태그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두 달여 간 중단된 종교 집회가 제한적으로 재개됐다. 정부가 지난 19일 종교시설에 대한 강력한 운영 중단 권고를 해제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데 따른 조치다.

교회 성전 내 의자에 '거리두기 스티커'를 붙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 성전 내 의자에 '거리두기 스티커'를 붙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약 2개월 만에 현장 예배를 재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수용 가능 인원(1만~1만2000명)의 10분의 1 수준인 1200명으로 입장을 제한했다. 교구별 참석인원을 나눠 지정한 교인만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안선혜(56)씨는 "(예배를 재개해) 감격이다. 눈물 난다"며 "우리 교회는 사람이 많아서 한번 코로나가 터지면 감당 못 한다. 개인적인 신앙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정부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전 의자에는 스티커가 붙었다. 박명철 순복음교회 홍보국 차장은 "예배당에서 교인들이 1.5m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안전좌석' 스티커를 붙여 착석 가능 위치를 표시했다. 그마저도 앞뒤로 한 칸씩 간격을 띄웠다"고 강조했다.

명동성당, 선착순 260명 미사

명동성당 '만남의방'에서 260명 선착순 자리표를 배정하고 있다. 권혜림 기자

명동성당 '만남의방'에서 260명 선착순 자리표를 배정하고 있다. 권혜림 기자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했던 명동성당은 이날 선착순 번호표를 배부해 미사당 260명으로 참석자를 제한했다. 평소 미사 1회당 참석자인 1000~1200명에 비해 4분의 1가량 줄었다. 미사 인원 제한으로 자리가 부족할 수도 있을 거란 우려와 달리 12시가 다 돼 도착한 교인도 여유 있게 들어갔다. 송길영(53) 사목위원은 "연세가 많으신 신도분께 미리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지침을 내려 어느 정도 인원 조율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루 12번 열리는 미사 횟수도 7회로 줄였다. 성당은 이날 미사 시작 1시간 전부터 '만남의 방'에서 신도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한 뒤 빨간색 번호표를 나눠줬다. 번호표엔 좌석 번호가 적혔다.

26일 명동성당에서 교인들에게 작성을 요구한 명단과 빨간색 선착순 번호표. 권혜림 기자

26일 명동성당에서 교인들에게 작성을 요구한 명단과 빨간색 선착순 번호표. 권혜림 기자

미사를 마치고 나온 이은미(54)씨는 "한 줄에 6명이 앉던 의자인데 두 명씩 앉고 그 뒷줄은 한명씩 앉았다"며 "아무래도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성가를 생략해 아쉽긴 하다"고 했다.

'공양간' 닫은 조계사

26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신자들이 띄엄띄엄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권혜림 기자

26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신자들이 띄엄띄엄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권혜림 기자

조계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 지난 23일 초하루 법회를 지낸 터라 한산해 보였다. 법당에 들어가지 않고 야외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3일 초하루 법회 때는 조계사에 1000여명이 다녀갔다.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종현 조계사 기획차장은 "연로하신 분들은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일요집회 때도 원래는 법당이 가득 차는데 오늘 보니 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공양간(절 식당)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혔다. 조계사에 4년째 나오는 이호진(54)씨는 "공양간에서 특히 어르신들이 바짝 붙어 식사해 아예 차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첫 주말 실내 종교집회에 대해 '2차 대유행' 우려를 내비쳤다. 정 총리는 "'조용한 전파자'가 참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달라"며 "종교인들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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