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7일 국내 최연소 감염자, 모유만 먹고 코로나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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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7일 만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최연소 환자가 모유수유와 자연치료를 통해 음성판정을 받은 사례가 발표됐다. [사진 pxhere]

생후 27일 만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최연소 환자가 모유수유와 자연치료를 통해 음성판정을 받은 사례가 발표됐다. [사진 pxhere]

생후 27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최연소 환자가 모유 수유와 자연 치료를 통해 완치된 사례가 발표됐다.

서울보라매병원 한미선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던 신생아 환자의 바이러스 배출량 등을 분석한 결과를 남은 논문을 21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에 실렸다.

논문을 보면 이 신생아 환자는 지난달 8일 엄마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왔다. 임신 38주차에 태어난 이 여자아이 환자는 몸무게가 3.7kg 정도로 작았다고 한다. 아이를 간호한 임영선 5, 6병동 수간호사는 “주먹보다 조금 큰 아이가 약한 황달 증세도 보였다”고 했다.

입원 당일 37.6도 정도의 가벼운 발열과 코막힘 증세를 보였던 이 아기는 하루 뒤 체온이 38.4도까지 올랐다. 이틀 연속 고열이 이어졌고 간헐적 구토와 기침 증상도 보였다. 다행히 호흡 곤란과 같은 중증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생후 27일 만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최연소 환자가 모유수유와 자연치료를 통해 음성판정을 받은 사례가 발표됐다. [사진 연합뉴스]

생후 27일 만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최연소 환자가 모유수유와 자연치료를 통해 음성판정을 받은 사례가 발표됐다. [사진 연합뉴스]

환아는 흉부 X-선 검사 결과는 양호했지만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았다고 한다. 논문에 따르면 “감염 초기 신생아의 호흡기에서는 바이러스가 매우 높은 수치로 검출되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대변에서는 바이러스 양이 증상 발생 18일째까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감염 후 10일째 호흡기와 대변의 바이러스 수치만 비교하면 엄마보다 약 100배나 많은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는 면역체계가 미성숙한 신생아가 성인보다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신생아를 포함한 영유아 확진자 치료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의료진은 아기가 너무 어려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체중을 늘리기 위해 모유 수유를 하며 계속 상태를 지켜봤다고 한다. 자연 치료 방식으로 부작용 가능성을 낮춘 결정이었다.

아기는 약 3주간의 치료 끝에 지난달 23일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고 사흘 뒤 음성 판정을 받은 엄마와 함께 퇴원했다. 임 간호사는 “약한 황달 증세도 광선 치료 없이 나았고 아이와 엄마 모두 음성 판정으로 퇴원할 수 있어서 의료진 모두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소아는 면역력이 완벽하지 않아 바이러스 복제량이 많아도 임상적인 중증도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소아는 면역력이 완벽하지 않아 바이러스 복제량이 많아도 임상적인 중증도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별도의 약물치료 없이 자연 치료로 환아가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점이 주목되지만,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게 의료진의 결론이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28일 미만 신생아의 면역체계는 독특하기 때문에 임상 과정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날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도 해당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소아는 면역력이 완벽하지 않아 바이러스 복제량이 많아도 임상적인 중증도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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