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불지르고 훈육이라던 이라크 남편···아내는 결국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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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잔혹한 학대로 고통받던 이라크 여성이 결국 사망했다. 사실상 가정폭력을 허용하는 이라크 법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콕’ 생활이 권장되면서 가정 폭력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남편의 폭력으로 화상을 입은 말락 하이데르 알주바이디(20)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관인 그의 남편은 알주바이디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SNS에는 심한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워 하는 알주바이디의 영상이 올라와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

보도에 따르면 남편은 1년 전 결혼한 이후 줄곧 아내에게 폭력을 저질렀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스스로 불을 붙였으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를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으로 심한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 이라크 여성의 영상이 SNS에 올라와 전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트위터 캡쳐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으로 심한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 이라크 여성의 영상이 SNS에 올라와 전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트위터 캡쳐

사건이 알려진 뒤 이라크에서는 여성을 향한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남편이 아내를 징벌하거나 교사가 학생을,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형법 41조가 폭력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여성기구 등 국제 인권 단체도 "가정 폭력을 허용하는 법 때문에 이라크에서 잔혹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라크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남편의 가정 폭력 범죄도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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