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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때아닌 전염병 비상

중앙일보

입력

세균성 이질과 식중독 등 여름철 질병이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1,2종 법정 전염병 환자수는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었으며 4월 중순에나 나타나던 식중독 환자도 이미 초등학교에서 집단으로 발생했다.

계절을 앞서 창궐하는 여름철 질병 실태와 발생원인, 대책을 진단해본다.

▲실태= 10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초등학교에서 학교측이 제공한 점심을 먹은 학생 185명이 설사와 복통 등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이중 19명이 인근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올들어 학교급식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은 철산초등학교가 전국 처음이다.

이에앞서 지난달 14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와 광주군 오포면 능평리 일대에서 간이상수도 오염으로 이질이 발생, 인근 주민 35명이 감염됐다.

또 지난 1월 17일 경기도 여주군 장애아동 시설원에서 2∼5세 어린이 31명이 이질을 앓아 인근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지난 2월말 현재 경기도가 집계한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등 1종 및 2종 전염병 환자수는 모두 8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명)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났다.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먹었을 경우 발병하는 세균성 이질환자수는 지난해 1∼2월 13명에 그쳤으나 올해는 43명이나 발생했다.

여름철 중국 얼룩날개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 환자도 이미 10명이나 발생했으며 경기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유행성 이하선염 24명, 장티푸스 5명, 유행성 출혈열 5명, 쓰쓰가무시병 1명, 성홍열 1명 등의 환자가 확인됐다.

이에따라 날씨가 따뜻해지는 4∼5월 여름철 질병이 극성을 부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원인= 경기도 보건당국은 세균성 이질 등 여름철 질병이 계절을 잊고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지구 온난화 현상과 지역별 난방시설 확대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영숙(朴英淑) 도 보건과장은 “겨울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데다 집집마다 난방시설도 잘 구비돼 전염성 균이 잠복할 장소가 늘어나는 등 계절과 관계없이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물이나 음식이 조금만 오염돼도 여지없이 전염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교, 공공기관 등 점점 늘어나는 집단 급식소에 대한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못한데도 원인은 있다.

도시락 위탁급식업체의 경우 도내에 난립한 70여개 업체가 대부분 영세해 냉장차 운반, 식기 살균소독, 유통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많은 도시락을 한꺼번에 조리하다 보니 제대로 익히지 않은 음식을 납품하거나 유통 시간을 넘길 가능성도 크다.

학교 급식소의 경우 식품업체에 도시락을 주문하는 학교는 경기도가 정기 위생 점검을 하고 자체 급식을 하는 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등 체계적인 위생관리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책= 경기도는 15일 도청에서 시.군 보건소장 회의를 열어 지역별 대책마련에 나서는 한편 시.군별로 공중보건의사와 관계공무원, 교수 등으로 역학조사반을 편성, 운영키로 했다.

또 3월 중에 축사와 웅덩이, 쓰레기장 등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고, 식수와 바닷물, 갯벌, 어.패류에 대한 전염성 균 감염 검사를 주 1회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전염병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시.군별로 설사환자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하고 병원과 약국 등에는 설사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하고 격리치료하도록 당부했다.
도 관계자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정부가 방역,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철저한 위생관리도 필요하다”며 “식사 전 손, 발을 깨끗이 씻고 음식물과 식수는 반드시 끓여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연합뉴스)

차봉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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