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차단제 심부전 치료효과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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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베타차단제가 심부전(心不全)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잘그렌스카 대학병원의 아케 할마르손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대표적인 베타차단제인 메트로프롤롤(Metroprolol)이 심부전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고 입원기간을 단축시키며 생활의 질을 현저히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할마르손 박사는 전통적인 심부전 치료제를 쓰고 있는 유럽 13개국의 만성심부전 환자 3천991명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이중 절반에게만 메트로프롤롤을 투여한 결과 메트로프롤롤 그룹이 비교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19%, 입원율이 30% 각각 낮고 증세호전도 비교그룹의 25.8%에 비해 28.6%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기분이 좋다고 대답한 비율도 메트로프롤롤 그룹이 50%로 비교그룹의 40%보다 많았다.

베타차단제는 심박동 속도를 줄임으로써 심장근육에 대한 압박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는 힘이 서서히 약해지는 질환인 심부전에 이를 사용하면 증세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우려해 왔다.

미국 헨리 포드병원의 시드니 골드스타인 박사는 베타차단제는 심장의 활동을 재조정해 그 기능을 보다 효율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면서 이번 임상실험 결과는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대학의 심장전문의 새론 헌드 박사는 미국심장학회(AHA)가 전에는 심부전 치료에 베타차단제를 사용할 경우 상당히 신중을 기하도록 권고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심부전 환자에게 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토프롤 XL이란 상표로 메트로프롤롤을 판매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제약회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이를 심부전 치료제로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시카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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