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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알레르기 질환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한 종류 이상의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데, 그 고통이 아주 심하고 일상생활에 장애를 가져오며, 때에 따라서는 죽음에 이르게도 하는 질환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병원에 다니느라 자주 결석을 할 수밖에 없고, 어린 아이들의 잦은 입원으로 인해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만성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font color="#554e00">▣ <b>알레르기란 무엇인가 </b></font>

우유, 달걀, 집먼지, 곰팡이, 개털, 고양이털, 이른 봄엔 나무 화분, 가을엔 잡초 화분 등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물질들에 대해 비정상적인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알레르기라고 합니다. 이런 물질들은 우리가 숨을 쉴 때 폐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할 때 입을 통해 또는 페니실린처럼 주사를 통해서나 벌 등의 벌레에게 쏘여서 우리 몸에 들어 올 수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심한 과민 반응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 이들 물질을 알러젠(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이라고 말합니다.

<font color="#554e00">▣ <b>알러젠이 몸 속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b></font>

꽃가루를 예로 설명하지요. 풍매화는 작고 눈에 잘 안 띄며, 향기도 없고 단조로운 꽃을 지니는 게 특징인데 숨쉬는 동안 코로 들어와서 코 점막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 후 임파구라고 불리는 핏속의 아주 작은 혈액 세포를 자극하여 주위 조직에 있는 형질 세포라고 불리는 혈액 세포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알레르기 항체(면역글로불린 E, IgE)를 만들게 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알레르기 항체는 혈액 속에 섞여 순환하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데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또 다른 종류의 혈액 세포인 비반세포에 가서 착 달라붙고, 알레르기 항체가 달라붙은 비반세포는 코, 눈, 폐, 장, 피부 등 알레르기 증상이 실제로 일어나는 부위에 가서 모여 있습니다.

이때에 비반세포에 붙어 있는 알레르기 항체는 레이더처럼 같은 종류의 꽃가루가 몸에 다시 들어오지 않나 하고 감시하는 작용을 합니다. 만약 같은 꽃가루가 다시 몸 안에 들어오면 이를 감지하여 알레르기 항체와 꽃가루가 서로 붙어서 비반세포에서 직접적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화학적 매개 물질(히스타민 등)을 분비하게 하여 코막힘, 재채기,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일으킵니다.

<font color="#554e00">▣ <b>알레르기성 질환이란 </b></font>

알레르기 반응은 몸의 어느 부분에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곳은 코(알레르기성 비염), 폐(천식), 피부(아토피성 피부염, 영아 습진, 두드러기)증상입니다.

<font color="#554e00">▣ <b>알레르기나 천식을 뿌리째 뽑아 낼 수는 없는가</b></font>

세상에는 알레르기에 좋다는 수많은 약물이 있고, 신문 잡지에도 하루 2종류 이상의 광고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불행히도 ´뿌리째 뽑아 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알레르기와 천식은 사람이 살아 나가는 과정 중 어느 때고 생길 수가 있으며, 그 양상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증상이 어떤 일정 시기 동안은 좋아졌다가 또 어떤 시기는 나빠졌다 하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며, 미리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돌 전에 천식 증세가 있었던 경우는 그 이후에 생긴 경우보다 심한 증세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5-6세 이후에 나타난 경우는 좀 증세가 덜한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좀 어렵고, 일찍 증세가 나타났던 애들 중에는 5-6세가 지나면서 증세가 없어지기도 하고 사춘기가 지나면서 없어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증세가 없어진다는 것이 알레르기나 천식이 완전히 뿌리 뽑힌 것은 아니고, 어른이 된 후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증세로 바뀌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증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천식을 나타내는 체질, 알레르기 체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font color="#554e00">▣ <b>알레르기를 일찍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가</b></font>

조기 진단하여 적절히 치료하면 심한 알레르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겠지요. 진단은 자세한 문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 외에 진찰 소견, 혈액검사, 피부 검사나 폐기능검사 등의 검사 소견이 합쳐져야 치료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단 과정은 하루 이틀에 걸쳐서 되는 것은 아니고, 상당 기간동안 보호자와 환자, 의사간에 질병에 관한 정보 교환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소아의 알레르기를 치료하는데는 보호자의 병에 대한 이해와 끈질긴 관심이 요구됩니다.

<font color="#554e00">▣ <b>알레르기 특히 천식은 어떻게 치료하나
</b></font>

클리닉을 찾아올 때는 지겨운 알레르기 질환을 어떻게 해서든지 뿌리를 도려내고 싶은 마음에서 오시지만, 실제로 알레르기 질환은 완전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당뇨병처럼 평생 조절하며 살아야 하는 질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가볍게는 눈 나빠지면 안경 끼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b>천식의 치료 목표</b><ul><li>운동을 포함하여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li>정상 또는 거의 정상에 가까운 폐기능을 유지하며
<li>운동 후에나, 밤 또는 아침에 기침을 한다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만성적이고 해결이 힘든 여러가지 증상을 예방하고
<li>천식의 잦은 재발을 억제하며
<li>천식 치료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아프다고 학교 빠지면 안되고, 학교에 가서도 몸이 약하니까 운동은 안하고 견학만 한다든지 교실에 남아 있는다든지 해서는 안되며, 적절하게 약을 쓰면서도 남과 다를 것 없이 학교 생활을 즐기고, 아프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병원에는 입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치료 목표입니다. </ul>

<font color="#554e00">▣ <b>알레르기나 천식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나</b></font>

아주 드물지만 심한 천식 발작이 왔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으나 근년 들어 천식 발작시 사망한 경우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1994년 9월 6일자 일간지에 보면 KAL기를 타고 가던 한 승객이 갑작스럽게 천식 발작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비행기가 긴급 착륙하였지만 환자는 사망하였다는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년에 약 5,000명 정도가 천식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음식물, 약물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로 사망하는 경우도 제법 있고,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1983년 무의촌에 근무할 때 일인데, 산에 오르다 벌에 쏘인 어른이 응급실로 실려 와 사망하는 것을 본적도 있습니다.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천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언제 닥칠지 모를 심한 증상에 늘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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