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우아한 자태 뽐내는 목련은 왜 꽃이 먼저 필까

중앙일보

입력

봄이 왔습니다. 3월은 조금 이른 봄이라 수줍음이 있었다면 4월이 되면 보다 더 활기차고 봄기운도 더욱 완연해지죠. 해마다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크게 변하지 않는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는 자연의 리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1 목련

흔히 알고 있는 목련은 사실 백목련이다. 잎 뒷면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고, 꽃도 좀 더 작다. 꿀은 없지만 벌을 유혹한다. 벌들은 번번히 속지만 꽃가루받이를 해주고 꽃가루도 묻혀 간다.

흔히 알고 있는 목련은 사실 백목련이다. 잎 뒷면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고, 꽃도 좀 더 작다. 꿀은 없지만 벌을 유혹한다. 벌들은 번번히 속지만 꽃가루받이를 해주고 꽃가루도 묻혀 간다.

봄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꽃이지요. 꽃은 사계절 내내 피지만 겨울이 지나고 피는 꽃이 더욱 반가워서인지 봄꽃은 특히 환영받습니다. 그런데 꽃은 왜 피는 걸까요? 우리가 기념일에 선물하라고 피는 걸까요? 그건 아니겠죠. 동물들이 암컷과 수컷이 만나 짝짓기를 해서 임신하고 새끼를 낳듯 식물도 암술과 수술이 만나 짝짓기를 해서 열매를 만들고 그 안에 씨앗을 만듭니다. 식물식 짝짓기 방법인 꽃가루받이(수분·受粉)를 해서 열매가 되어야 하는데 움직일 수가 없으니 수꽃에 있는 수꽃가루가 암꽃의 암술머리에 닿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꽃이 꽃가루를 암술에 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목련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목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죠. 이를테면 바람이나 동물의 도움을 받는 거예요. 특히 곤충을 이용하는 꽃들이 많답니다. 곤충은 숫자도 아주 많고 크기도 작아 꽃 안에 들어와서 꽃가루를 묻혀 가기에 적당해요. 결국 꽃이 여러 모양과 색으로 아름답게 피는 것은 곤충 같은 매개 동물을 불러오기 위함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눈에도 아름답게 보인 것이죠.
4월 초쯤 골목을 걷다 보면 목련을 많이 보게 됩니다. 백옥처럼 하얀 목련도 있고, 자주색 목련도 보입니다. 한 달 정도 더 지나면 일본목련이나 태산목 등 또 다른 목련도 피어나죠. 특히 도심 골목이나 길거리에서는 주로 백목련을 보게 되는데요. 꽃잎이 매끄럽고 향도 좋고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 때문에 귀부인 같은 느낌이 드는 꽃입니다. 백목련은 잘 보면 신기하게도 잎이 아직 돋아나지 않았는데 꽃이 피어있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목련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목련

봄에 피는 꽃 중에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매화부터 생강나무·산수유·개나리·진달래 등 다양한 봄꽃들이 잎보다 먼저 나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자연이 하는 일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이 지금까지 알아낸 지식과 사유 방식을 통해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식물은 잎으로는 광합성을 하고, 줄기는 물과 양분을 나릅니다. 꽃은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만들죠. 그런데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 에너지는 광합성을 통한 양분을 활용해요. 그런데 이른 봄에 겨울눈에서 새싹이 나와 이 세 가지 기능을 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꽃을 먼저 피우거나 잎을 먼저 내거나 줄기를 자라게 하거나 그중 하나를 먼저 하고 이후 나머지 과정도 진행하게 되는 거죠. 어떤 식물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을 나중에 피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봄에 꽃을 피우는 것들은 주로 꽃을 먼저 피웁니다. 식물 입장에서는 먼저 중요한 꽃가루받이를 하고, 나중에 잎을 내서 줄기나 열매의 생장을 위해 혹은 내년에 사용할 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광합성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목련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목련

잎을 먼저 내건 꽃을 먼저 피우건 어떤 게 옳다거나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식물의 선택이죠. 이런 이유 외에도 잎이 함께 돋아서 울창해지면 벌·나비 같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곤충들이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기가 어렵습니다. 바람을 이용하는 것들도 잎이 많이 자라 있으면 잎에 부딪혀 꽃가루가 멀리 가기 어렵겠죠. 그래서 걸리적거리는 잎은 나중에 나오게 하는 거예요. 어떤 학자들은 이런 주장도 합니다. 잎이 돋아나기 전에 햇빛이 땅에 비쳐야 나무 아래 사는 풀들이 꽃을 피우고 생장하기 쉽죠. 그 풀들이 나무 밑에 함께 자라야 생태계가 균형을 맞춰서 나무에도 여러모로 좋다는 것입니다. 정말 세상에는 이유 없는 현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