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으로 보는 주부 우울증] 만추형--나이가 무겁게 느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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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의 P씨는 3남매의 어머니로 한남자의 아내로 시부모의 맏며느리로 충실히 지내왔다고 자부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시도 쉴틈이 없어 불평할 생각같은 건 해보지도 못했다. 피곤한 가운데 항상 웃으며 가족을 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시부모님은 그녀를 친딸 이상으로 대해줬고 자식들도 결혼해서 잘생긴 손주들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변화가 생겼다. 나이 들어서인지 기력이 쇠하면서 같은 일을 해도 더욱 힘이 들고 기억력 감퇴로 인해 방금 둔 물건을 사방으로 찾아헤매는 일이 많아졌다.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늘 피곤하고 울적했다. 시부모님이 아시면 걱정할까봐 내색을 못하고 딱히 얘기할 상대도 없어 하고싶은 얘기도 그냥 꿀꺽 삼키고 만다. 홧병에 걸린 게 아닌가 싶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막상 의사를 만나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조언]우울증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나이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젊었을 때는 자녀들이 탈없이 자라고 가족 모두 건강한 것이 행복이라 느꼈지만 나이들면서 ´나는 뭔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우울증. 그동안은 맏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사는 것이 진짜 모습이라 여겼지만, 자녀들도 하나 둘 품을 떠나고 나이 들면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우울증은 배우자의 사망이나 은퇴의 과정을 겪으며 노년기 우울증으로 발전되기 쉽다. 주된 증상은 불안, 기억력 감퇴, 초조감, 체중감소, 변비, 건강염려증, 히스테리 행동, 망상 등이며 치매와 함께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

☞ 이렇게 해보자

♣지금 당장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계획을 세운다.
다 큰 아이들이 엄마에게 의지하거나 결혼한 자녀들이 같이 살자고 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가장 마음 편한 미래 설계를 준비한다. 남편이 먼저 사망했을 경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지금부터 준비한다. 준비할 미래가 있다는 것 자체가 활력이 된다. 경제적 문제, 건강유지, 취미생활 등 노후 생활을 도와줄 전문가들을 만나 의논하는 것도 좋은 방법.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비통해 하지말고 그 비통함과 싸워야 한다
나이들어 혼자가 되고 기억력이 감퇴하고 피부도 노화되고 ...언제 치매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슬퍼하거나 조용히 그 순간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치매가 걱정된다면 예방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라. 혼자되는것이 두렵다면 그동안 육아에 매달려 소홀했던 친구관계를 회복해본다. 혈압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감히 다이어트에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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