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미네랄, 미량 원소가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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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가게에 들어서면 소비자들은 진열대마다 놓여 있는 비타민, 미네랄, 허브, 그 밖의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건강식품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모두는 건강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서 손님을 끌고 있다. 이렇게 소매점을 통해 팔리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손님들의 기분, 사고, 혹은 에너지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 그런데 이러한 상품들은 먹는 음식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그것들을 다른 일반 약과 같이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사실상 상품의 제조회사가 안정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FDA가 그 책임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비타민, 미네랄과 그 밖의 물질들이 불편한 기분을 낫게 해 준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정말로 이러한 물질들이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더 나아가 우울증에도 치료 효능이 있는 것인가?

⊙ 비타민 부족 현상은 미국이나 선진국에선 흔하지 않다. 사실 비타민이 부족한 경우보다는 남아도는 경우가 더 많다. 비타민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편식을 해서 결과적으로 장 내에서 흡수되는 영양소가 적거나 혹은 선천적으로 영양소 흡수에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가 있다. 알코올 중독인 경우도 영양소 부족이 되기 쉬워 비타민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거나 정신 질환자, 정신 지체자들 또한 영양소의 부족 현상이 오기 쉽다. 때때로 일부 비타민, 미네랄, 혹은 미량 원소가 부족하여 우울증, 흥분 혹은 기억 장애가 오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비타민 B군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 Thiamine(비타민 b1), niacin, pyridoxine(B6), 혹은 cobalamin(b12)의 부족은 때때로 정신적, 감정적 문제를 일으키고 심할 경우 우울증에 이르게도 한다. 엽산의 부족도 기분과 정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타민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우울증에 이르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가 과거에 장 수술을 받아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간접적으로 비타민 B군을 흡수하지 못해 간접적인 원인으로 우울증에 이를 수는 있는 것이다.

⊙ 최근에 미량 원소의 하나인 Cr(Chromium)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여기서 미량 원소라고 하는 것은 아연이나 구리 같은 금속물질로 인체 내에 매우 미량 존재하면서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를 말한다.) Cr은 우리 인체 내에서 당(sugar)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r이 부족하게 되면 세포와 조직에서 글루코오스를 만들기 어렵게 된다. 이것은 특히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Cr의 이러한 기능에 대한 연구는 지금 진행중인 상황이고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최근 Malcolm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다섯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Cr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수행했었다. 그 중 한 경우는 프로작-형태의 항우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환자였는데 Cr을 함께 투여한 결과 그 환자는 우울증에서 많이 회복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밖의 몇 가지 실험을 더 해본 결과도 역시 Cr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항우울제와 함께 쓰일 경우 보다 나은 항우울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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