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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래디컬 솔루션(2): MMT, CBDC, 그리고 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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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Economist Deconomy]  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대폭 낮췄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동시다발적 경기침체와 불황의 진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IMF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한 ‘대봉쇄(Great Lockdown)’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개발도상 및 저개발 국가 모두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선언했다. IMF는 이러한 경기침체가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전례 없는 대응 조치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통화확장과 재정확장 정책에 한계를 두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IMF의 권고는 이미 후행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행정부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팬데믹이 충격을 가하긴 했지만, 전세계 경제는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진단은 많았다. 유동성 함정이란 채권이나 주식 등 증권에서 발생하는 현금수익(채권은 이자, 주식은 배당)이 너무 낮아서 사람들이 현금, 즉 유동성을 선호하게 되고, 이것이 금융이나 실물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을 주는 상황을 의미한다. 채권 매입과 주식 매입은 증권 발행자에게 자금을 빌려주거나, 자본에 참여하는 행위이며 대가로 이자나 배당금 지급을 약속받는다. 

유동성 함정에서는 사람들은 이자나 배당지급을 위해 증권에 투자하지 않는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과 금리의 하락이 지속돼 왔다. 사람들이 점점 매우 낮은 이자와 위험성 높은 배당지급의 약속을 믿기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사람들의 이러한 의심을 확신으로 변모시킨 결정적 계기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ㆍ장기화되면 결국 디플레이션(물가수준이 하락하고 화폐가치가 상승)이 발생하게 된다.

#유동성 함정서 벗어나는 길은 재정확장 정책이다

유동성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정확장 정책을 써야 한다. 유동성 함정에서는 통화확장 정책이 실물수요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활동이 정체되므로 실물수요를 직접 끌어올릴 수 있는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재정정책이란 쉽게 말해, 정부가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주거나(소비쿠폰 및 기본소득 제시 등), 아니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고용촉진 및 투자사업 실시)을 실시하는 것이다. 다만, 유동성 함정에서 통화확장 정책의 효과가 제한된다는 것이지, 통화확장 정책을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정부개입을 옹호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구체적 처방이다. 거의 모든 경제원론과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 소개된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지겹도록 들었던 주장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정책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어떤 규모와 시간을 두고 실시할 것인지,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처방이 없다면 말이다. 

MMT(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통화이론)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가 재정정책에 대한 사고의 전환, 그리고 구체적 실행 수단을 제시할 수 있다.

#MMT, 중앙은행 발권력으로 완전고용 달성할 수 있다

MMT란 정부가 통화를 독점하고 있으며, 납세와 저축을 위해 필요한 금융자산을 정부가 충분히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 증거로 실업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비주류 거시경제 이론이다. MMT 옹호론자들은 정부가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을 펴야 하며, 재정정책의 재원은 화폐를 찍어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MT에 따르면 미국과 같이 자체적으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부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띤다. 1)자국통화로 표시된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불가능, 2)세금이나 부채발행의 형태로 돈을 징수할 필요 없이 재화ㆍ용역 및 금융자산 구매가 가능, 3)인플레이션에 의해 화폐생산과 지출이 제한(인플레이션은 노동이나 자원과 같은 경제적 자원이 완전가동 상태가 다다를 때 발생 및 가속화), 4)세금징수와 국채발행을 통해 초과 공급된 돈을 회수함으로써 수요과잉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음, 5)채권을 발행할 때 적은 저축을 두고 민간부문과 경쟁할 필요가 없음.[1]

MMT에 따르면 완전고용에 미달한 시장경제의 자체적인 회복력이 저하될 경우, 정부가 세금이나 부채의 형태가 아닌 중앙은행의 발권을 통한 자금조달로 완전고용이나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의 재정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이는 통화량과 직접적 실물수요를 동시에 증가시켜 경기침체와 유동성 함정이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등 악순환에 대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고용과 경기가 회복된 이후 늘어난 통화량 및 부채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 경우, 증세나 채권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해 경기과열을 억제할 수 있다.

#중국이 CBDC 완성한다면? BoEㆍFed 설립에 맞먹는 사건

CBDC란 기존 중앙은행 내 지급준비 예치금이나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새로운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의미한다. CBDC는 금융기관 간 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거액결제용 CBDC)와 현금수요 감소에 대비(소액결제용 CBDC)의 목적을 두고 캐나다, 영국ㆍ일본ㆍ유럽연합(EU)ㆍ스웨덴ㆍ스위스 등에서 연구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2]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CBDC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CBDC는 인민은행에서 발행하는 본원통화와 1:1로 보증되는 형태로 1)소매ㆍ은행간ㆍ국경간 지불 및 청산 체계의 혁신, 2)현금 중심의 통화 시스템 및 화폐의 부정사용이나 자금세탁 방지 체계의 투입되는 비용 축소, 3)전통 은행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자의적인 신용창출 기능보다는 금융기관에 100% 예치된 자금에 의해서만 운용되는(Full Reserve) 시스템으로의 통화 및 금융체제 전환, 4)화폐창출ㆍ부기ㆍ유통 등과 같은 실시간 데이터 수집, 디지털 통화 자체에 부과하는 금리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보를 부과해 통화정책 효율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3] 

만약 중국의 CBDC가 앞서 언급한 목적을 이뤄낸다면, 이는 1694년 영란은행(Bank of England)과 1913년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의 설립 이후, 또 한번의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혁명적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래디컬 솔루션: 재난소득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지난주 칼럼인 ‘래디컬 솔루션: 재난소득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닥칠 미국의 대량실업 사태에 근본적이고 급진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칼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주 내용을 다시 한번 소개한다.

“미국 정부는 미국 성인에게 한 달에 2000달러씩 6개월 동안 지원할 예산을 편성한다. 미국의 성인인구를 3억 명으로 가정하면 총 3조6000억달러가 드는데, 이는 세금이나 채권발행으로 조달하지 않는다. 대신 연준의 대차대조표 부채 항목에 디지털 달러 발행으로 3조6000억달러의 숫자를 생성한다. ‘연방은행계좌’라는 이름으로 미국인들의 디지털 지갑을 생성해 매달 2000달러씩 6개월 동안 지원한다. 그리고 2020~2021년 회계연도 미 국세청(IRS)의 소득자료를 대조해 재난소득을 환수한다.”[4]

만약 미국이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 상기한 CBDC를 통해 재난소득을 지급하고 환수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합동 프로젝트를 완수한다면, 2020년의 재정 및 통화정책의 혁명적 사건의 주인공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적 시도는 MMT라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 대한 ‘전환적’ 이론을, CBDC라는 ‘전향적’ 도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염병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과 중장기적이고 만성적인 불황의 압력이 동시에 발생한 위기는, 되레 두려움을 극복해 낸 인류의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MMT와 CBDC의 융합에서 ICO의 미래를 본다

마지막으로 ICO(Initial Coin Offering)에 대한 재평가를 환기한다. MMT와 CBDC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융합된 공공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실행-환수 메커니즘이다. 이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능이 불충분하거나,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재정지출 사업을 가능케 한다. ICO 역시 비슷한 측면이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사각지대에서 사람들이 필요한 민간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실행-환수 메커니즘이 바로 ICO가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분명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ICO를 통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은 무궁무진하다. 2014~2016년이 ICO의 태동기, 2017~2018년이 ICO의 거품기, 2019~2020년이 ICO의 침체기라면, 2021년 이후에는 ICO의 재도약기가 도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MMT와 CBDC의 융합 프로젝트에서 ICO는 좋은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1] 위키백과, 현대화폐이론, https://ko.wikipedia.org/wiki/%ED%98%84%EB%8C%80_%ED%99%94%ED%8F%90_%EC%9D%B4%EB%A1%A0

[2]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현황',
한국은행, http://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10056417&menuNo=200690

[3] 'First Look, China’s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Binance Research

[4] '래디컬 솔루션: 재난소득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임동민. https://joind.io/market/id/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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