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로 꼬마´ 이상욱씨 해부실습용 시신 기증

중앙일보

입력

암울했던 일제때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과함께 종로통을 누비며 한국인의 기개를 떨쳤던 ´종로 꼬마´ 이상욱씨가 자신의 시신을 학생들의 해부 실습용으로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18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고 이상욱씨의 가족들은 지난 15일 82세를 일기로 타계한 고인의 시신을 유언에 따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촌세브란스병원의 해부학 연구에 사용해달라며 기증했다.

김두한과 함께 어린시절 수표교 밑에서 거지생활을 했고 평생 둘도 없는 친구로지냈던 그는 지난 30년대말 키는 작았지만 중국무술 십팔기와 박치기의 명수로 종로주먹패의 행동대장을 맡았던 인물.

그의 모습은 영화 ´장군의 아들´에 등장해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종로의 마지막 주먹패´로 남아있다.

해방후 선대부터 삶의 터전이었던 종로에서 전자, 시계 등의 제조업을 통해 제법 많은 돈을 벌기도 했던 이씨가 시신기증을 결심한 것은 동맥경화로 입원했던 지난 93년.

그를 간호하던 아내 홍명자(72.서울 강서구 방화동) 씨가 병원에서 의학도들이 실습을 위해 시신을 외국에서 고가로 수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향후 자신의 시신 기증을 결심했고 이어 이씨가 부인의 뜻과 함께 했다.

프로복싱 한국챔피언을 지냈던 첫째 아들 이강산(46) 씨를 비롯, 이씨의 가족들은 임종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며 만류했지만 "죽은후 썩어서 없어지느니 세상에 무엇인가를 베풀고 떠나겠다"는 이씨의 결심을 막을 수 없었다.

홍씨는 "돈을 주겠다며 시신을 달라는 곳도 있었지만 좋은 뜻이 퇴색될까 두려워 거절했다"며 "평생을 협객으로 살았던 남편이 죽어서나마 좋은 일을 하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의 시신은 해부학 교실에서 실습용으로 쓰인뒤 화장절차를 거쳐 연세대 납골당에 안치된다 .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