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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WHO와 맞짱 뜨는 이유는? 뉴욕타임스에 코로나 대책 광고 게재도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속에 대만에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반발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 "개인적 공격이 대만에서" 언급 발단 #차이잉원 총통 즉각 항의...속내는 미-대만 vs 중-WHO #'하나의 중국' 이유로 대만은 WHO 미가입국 #중국 후원 업은 WHO 사무총장, 대만과의 신경전 #지지통신 "미국이 WHO와는 별개 조직 세운다는 설도...대만도 참가 의향" #대만 "코로나 대책 세계와 나누겠다" 광고 게재

문제의 발단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주 자신이 인터넷상에서 비방에 노출돼 있다고 언급한 것이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공격은 대만에서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즉각 이 발언에 강력히 항의했다.

한 여성이 대만의 상징인 청천백일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여성이 대만의 상징인 청천백일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왜 이런 신경전이 벌어졌을까. 현재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중국의 압력으로 WHO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국의 반대로 WHO 미가입국 상태인 대만은 신종 코로나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14일 기준 누적확진자 393명, 누적 사망자는 6명에 불과하다. 지지통신은 "대만은 국제사회로부터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주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이 대만으로부터 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만과의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AFP=연합뉴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주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이 대만으로부터 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만과의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AFP=연합뉴스]

자국의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차이 총통은 "대만은 코로나 감염증 대책으로 전 세계에 공헌할 수 있다"면서 WHO에 대만의 옵서버 참가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WHO와 중국의 끈끈한 밀월 관계다. 현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WHO 수장으로 당선될 때 중국의 지원이 상당했다는 배경도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의 힘 덕에 자리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대만의 옵서버 자격을 쉽게 내줄리 없다. 대만을 받아들이게 되면 '하나의 중국'을 부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지지통신은 "WHO는 대만의 요구를 받아들일 기색이 없어보인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WHO에게 천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대만인들은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으로 더욱 불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만과 WHO의 신경전을 뜯어보면 그 안에는 미국-대만 대 중국-WHO의 대리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만과 가까운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끈끈한 WHO가 곱게 보일리 없다. 급기야 15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HO에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달말 마스크를 제작하는 한 공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달말 마스크를 제작하는 한 공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이 WHO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대만이 WHO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최근 제기됐다.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 기울어 있는 WHO가 대만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지통신은 "대만에서는 미국이 WHO를 대체하는 별도 조직을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면서 "여기에 대만의 참여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디자이너 아론 니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 그래픽을 올렸다. [아론 니에 페이스북]

대만의 디자이너 아론 니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 그래픽을 올렸다. [아론 니에 페이스북]

대만 민간차원에서는 "대만이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세계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싣는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2만7000여 명이 호응한 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는 14일 기준 당초 목표였던 400만 대만 달러의 4.8배인 1900만 대만 달러(약 7억6000만원)가 모였다. 이 광고는 14일 자 뉴욕타임스에 게재됐다.

대만의 유튜버인 레이 두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론 니에가 시작한 전면 광고는 '누가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만'이라는 답변으로 시작된다. 광고 밑부분에는 "격리된 시대에 우리는 연대를 택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 광고는 대만이 2017년부터 중국의 압력으로 WHO의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기구 연례회의 참석이 금지된 점을 언급했다"면서 "그래서 대만은 고립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완벽히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고에는 "지난 몇 주간 대만이 전 세계에 1600만장의 마스크를 공급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 "누가 대만을 고립시킬 수 있는가? 아무도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돕기 위해 여기 있기 때문"이라는 글과 함께 해시태그(#)로 '대만이 돕는다' 등을 선보였다. 아론 니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신문광고는 WHO의 수장이 대만을 비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전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음을 알리는 출발점"이라 설명했다. 그는 "모금액의 절반은 광고비에 썼고, 나머지는 대만과 다른 나라들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한 의료용품을 사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자 뉴욕타임스에 대만인들이 성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대만이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대만 중앙통신사]

14일자 뉴욕타임스에 대만인들이 성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대만이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대만 중앙통신사]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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