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6만→636만원 '보유세 마법'···1인 기업이 아파트 쓸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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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수원 권선구와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교통 호재와 풍선효과로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 [연합뉴스]

올초 수원 권선구와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교통 호재와 풍선효과로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 [연합뉴스]

요즘 법인의 아파트 쇼핑이 늘고 있다. 정부의 ‘집값 잡기’ 대책이 다주택자를 향하자 규제가 덜한 법인을 설립해 ‘우회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인기 단지 10곳 중 6곳 법인이 낙찰 #법인이 수도권 아파트 2909채 사들여 #시뮬레이션 결과 보유세 3분1 토막 #"당장 세금 절약, 수익 회수 어려워"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서 입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10개 아파트를 품은 낙찰자 중 법인이 6곳이다. 서울보다 부동산 규제가 덜한 인천과 경기도 용인ㆍ안성 등의 아파트다. 입찰 경쟁률은 60대 1에 이른다.

법인의 전국 아파트 낙찰률도 지난해 10%대에서 지난달 30%로 상승했다. 낙찰된 아파트 10곳 중 3곳의 주인이 법인이라는 얘기다.

법인의 아파트 구매는 경매뿐이 아니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법인은 2월 기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2909가구를 사들였다. 두 달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법인이 아파트 쇼핑하는 까닭은? 

법인이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정부의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었다. 이와 달리 법인은 주택을 처분하거나 보유하는 데 따른 세 부담이 낮다. 법인 매수가 부동산 규제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예컨대 개인이 아파트를 팔려면 양도 차익에 따라 6~42%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1년 미만 단기간에 팔 때는 세율이 40%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10~20%포인트도 가산된다. 법인은 아파트를 판 차익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10~25% 법인세만 내면 된다. 아파트가 비사업용 부동산으로 포함돼 10%포인트가 가산돼도 최고 세율이 35%다.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보유세는 어떨까.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의 도움으로 시뮬레이션해보니 각 15억원인 아파트 2채(총 30억원)를 보유한 개인의 올해 보유세가 2276만원이다. 이중 한 채만 법인으로 전환하면 보유세는 기존의 30% 수준인 636만원으로 확 낮아진다. 양 세무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산가 중심으로 부동산을 편입할 법인 설립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로 활용되면 일부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를 수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법인은 하루만 보유했다 팔아도 세율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단기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풍선효과로 들썩이던 경기도 수원과 용인의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가 법인 매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경기 수원시에서 법인이 산 아파트는 지난해(168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469채다.

종업원 0명, 1인 부동산회사 다수 

주택시장 흐름이 반영되는 경매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법인 명의로 아파트 경매에 참여했다는 것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아파트 낙찰에 성공한 일부 법인은 종업원 0명인 1인 부동산회사였다. 지난해 창업한 부동산법인만 1만4473곳으로 전년 대비 42%(4328개,통계청) 많아졌다.

법인 투자도 맹점이 있다. 당장 눈앞의 세금은 아낄 순 있지만, 투자 수익(잉여금)을 개인 호주머니로 도로 가져오는 게 쉽지 않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사는 “잉여금을 쓰려면 배당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배당소득은 다른 이자소득과 더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며 “부동산을 청산할 때는 배당소득세 최고세율 46%가 적용돼 법인 투자가 100%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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