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정위, 계좌추적까지 하며 조사했지만…적발 미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SK그룹 7개 계열사에 대해 2백87억원의 과징금을 내도록 결정하는 등 6개 그룹 22개사에 대해 모두 3백1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전체 과징금의 91%가 SK에 집중된 반면 삼성과 LG는 과징금이 각각 2억2천만원과 6천8백만원에 불과했다.

◇된서리 맞은 SK=공정위는 22개사가 계열사에 대해 모두 6천8백억원의 부당한 지원을 했고 이를 통해 20개사가 9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SK와 현대자동차를 빼곤 과징금이 5억원을 넘는 그룹이 없어 공정위의 엄포에 비해 적발 내용은 미미했다. 총수 일가의 편법상속에 대한 혐의도 적발하지 못했고 검찰에 고발할 만한 사례도 없었다.

과거 조사에서 가장 과징금이 적었던 SK는 이번에 집중 포화를 맞았다. 특히 SK그룹에 대한 과징금의 대부분(2백11억원)은 SK해운에 부과됐다. SK해운은 계열사인 ㈜아상에 지난해 2월 6백억원을 빌려준 뒤 8개월 만에 이를 못받을 돈으로 분류(대손처리)한 혐의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SK로선 부담이 더 커졌다. 공정위의 장항석 조사국장은 "검찰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엔 조사 내역을 제공할 수 있다"며 "표적 조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청산 중인 회사인 ㈜아상에 대한 지원이 시장질서를 훼손한 행위인지 의문"이라며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 7월에도 부당지원 혐의로 4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대북 송금 문제로 내부거래가 있었던 현대상선.현대아산 등은 특검 수사를 이유로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검찰의 수사를 받은 SK의 주요 계열사는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에서 현대그룹에선 단 한건의 부당 지원도 적발되지 않았다.

◇조사 여파=기아자동차와 INI스틸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 등의 권유에 따라 현대카드의 증자에 참여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최근 평가액보다 비싸게 주식을 샀다며 부당지원이라고 판정했다.

다만 카드사 경영난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부과하진 않았다. 금감원은 계열사의 지원을 독려하고 공정위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엇박자가 재연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LG그룹 2개 계열사에 대한 계좌추적을 실시했으나 결국 혐의를 찾지 못했다. 계좌추적권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에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빌미를 공정위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