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우치의 늦은 후회…"美 2월 폐쇄했다면 많은 사람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프리 삭스 "美, 한국처럼 증상자 모바일 추적하고 검사해야"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12일 '붉은 여명'그룹의 조언대로 "2월에 조기 폐쇄 조치를 취했더라면 많은 사람을 살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엔 반발이 너무 컸다"고 했다.[EPA=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12일 '붉은 여명'그룹의 조언대로 "2월에 조기 폐쇄 조치를 취했더라면 많은 사람을 살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엔 반발이 너무 컸다"고 했다.[EPA=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정점을 통과하는 부활절, 36년 바이러스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2월 조기 폐쇄를 했더라면 많은 사람을 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 여명' 권고 무산에 "당시 반발 컸다" #"보건 관점 조언, 때론 트럼프 수용 안 해" #누적 확진 55만명, 사망 2만2000명 넘어 #10일 최다이후 신규 확진·사망자 감소세

본인도 포함된 범정부 보건전문가 그룹 '붉은 여명(Red Dawn)'의 폐쇄 권고가 무산된 데 "당시엔 반발이 너무 컸다"면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 4월 12일 현재 미국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55만 5000명, 사망자는 2만 2000명을 넘어섰다.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재택 및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3월 16일이 아니라 2월에 왜 시행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조기에 억제 조치를 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무도 이를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런 결정들에 이르는 과정은 복잡하다"면서도 "우리가 초기에 모든 것을 바로 폐쇄했더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 테지만 당시엔 폐쇄조치에 대해 반발이 너무 컸다"고 고백했다. 증시 폭락을 포함해 미국 경제에 대한 충격과 대선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뜻이다.

파우치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왜 3월 16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국민에 권고하지 않았느냐'는 데에는 "우리가 순전히 보건 관점에서 (폐쇄 조치를) 추천할 때 종종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때론 그렇지 않다"며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붉은 여명' 그룹이 1월부터 학교 등 조기 폐쇄 조치를 권고했고, 로버트 캐들렉 보건부 차관보 주도로 2월 21일 백악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국가 경제를 붕괴시킬 위험에도 공격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질병통제센터(CDC)의 지역사회 확산 경고로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격분해 26일 예정된 회의를 취소한 채 "불안을 조장 말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미국 하루 사망자, 10일 2108명→11일 1877명→12일 1610명 

그 결과 12일 오후 11시 현재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 1위인 각각 55만 6044명, 2만 2073명에 이르게 된 셈이다.

세계 10대 감염국 누적 확진자 추이.[존스홉킨스의대]

세계 10대 감염국 누적 확진자 추이.[존스홉킨스의대]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미국의 감염자 및 사망자 증가세는 서서히 둔화하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일 최대치인 3만 5100명에 이른 뒤→11일 2만 9900명→12일 2만 8900명으로 줄었다. 일일 사망자 수도 10일 2108명 정점에서→11일 1877명→12일 1610명으로 연이틀 급감했다. 최대 진앙인 뉴욕에서 입원환자와 중환자실 환자 증가세가 멈춘 덕분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일 직장폐쇄 권고를 해제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할 경우 "7~8월 2차 확산을 보게 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머리 워싱턴주립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장은 CBS 방송에서 "정점이 지난 후에도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면 접촉경로 추적과 검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 수주 이상 더 걸린다"고 말했다. 머리 소장은 이어 "너무 일찍 재개할 경우 기존에 감염자가 많은 지역은 지역사회 확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고, 일부 주에서 빠르게 재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일부 주에선 5월 중순 재개가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중앙포토]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중앙포토]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CNN 기고를 통해 "미국은 여전히 한국과 같은 아시아 나라들처럼 전염병을 통제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할 기본 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우리도 아시아 국가가 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위치추적 시스템과 관련, 프랑스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제기하는 것과 달리 "우리도 증상자를 빨리 격리하기 위해 그들의 연락처를 추적하고 검사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앱을 활용하고 추적·검사·격리과정을 지원할 온라인 등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스·기차역과 공항 및 다른 공공장소에서 증상자를 검색해야 하고 대중이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실패는 트럼프 충성파가 눈을 감고 있어도 누구나 안다"며 "'오즈의 마법사' 마지막 이야기처럼 커튼이 젖혀지면 사기꾼이 누군지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