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는 언론플레이 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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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절묘한 '언론 플레이'에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다시 한번 땅을 치고 말았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제3야당인 자유당과의 합당 전당대회를 거창하게 치렀다. 다음달 9일로 잠정 결정된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기세몰이다. 행사 일자도 비교적 언론의 주목을 끌기 쉬운 일요일로 맞췄다. 그만큼 벼르고 벼르던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6일자 일본 주요 신문의 1면 기사에서 거의 대부분 밀려나고 말았다.

도로공단의 책임부처인 국토교통성의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46)담당상이 갑자기 후지이 하루오(藤井治芳)공단 총재를 소환해 공단의 사정을 다섯시간가량 청취한 다음 경질해 버렸기 때문이다. 후지이 총재 경질 뉴스는 모든 주요 신문의 1면 톱기사로 취급됐고 민주당 합당 대회 기사는 1면 구석 내지는 2면 뒤로 밀린 것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한 각료의 말을 인용, "굳이 일요일에 국토교통상이 도로공단 총재를 불러들인 것이나, 이후 총리 관저를 찾아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경질 허가를 받은 일련의 과정 모두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고이즈미의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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