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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간격 긴 줄…코로나도 못 막는다,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 소독하고, 장갑 착용하고 들어가세요”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 3층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 입구에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줄이기 위해 바닥에 표시된 1m 간격 흰색 테이프에 맞춰 선 줄이다.

21대 총선 사전투표가 10일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우려에도 서울역 사전투표소에는 길게 줄이 생겼다. 점심시간인 오후 12시에는 30명이 넘게 투표소를 둘러싸고 줄을 서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줄 간격이 좁아지자 선관위는 바닥에 추가로 흰 색 테이프를 더 붙여 두 줄을 만들었다.

점심 때 '관외투표'에 사람이 몰리자 추가로 바닥에 붙인 흰색 테이프에 맞춰 투표자들이 두 줄로 늘어서있다. 김정연 기자

점심 때 '관외투표'에 사람이 몰리자 추가로 바닥에 붙인 흰색 테이프에 맞춰 투표자들이 두 줄로 늘어서있다. 김정연 기자

'나홀로' 기표소, 비닐장갑 투표

가벽이 설치된 사전투표소 옆에 동떨어진 두 개의 투표소가 따로 설치됐다. 열이 나는 유권자가 다른 사람들과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만든 투표소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투표소 입구엔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했고, 투표자들은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손소독제로 손을 닦은 다음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소에 들어갔다. 오전 중 일회용 비닐장갑 수량이 부족해지자 오후부터는 장갑을 기표 용구를 잡는 한쪽 손에만 끼도록 했다.

“(코로나19 우려로) 사람 적은 날에 하고 싶어서 사전투표하러 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신분증을 확인한 뒤 지문을 찍고 투표용지를 받던 기존의 순서와 다르게, 올해는 접촉으로 코로나19가 퍼질 우려 때문에 지문 인식 대신 사인으로 대체됐다.

코로나 19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약 30명이 늘어선 관외투표 대기줄이 벽을 돌아 이어지고 있다. 김정연 기자

코로나 19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약 30명이 늘어선 관외투표 대기줄이 벽을 돌아 이어지고 있다. 김정연 기자

서울역 사전투표소엔 수만명이 오가는 역 특성상 전국 각지에 주소를 둔 관외 선거인이 많았다. 성동구가 지역구라는 김모(53)씨는 "일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는 길에“, 경남 진주에 사는 안지희(23)씨도 “집에 내려가는 기차 타러 가는 길에 여유가 생겨서” 투표소에 들렀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비례위성정당이 많아 혼란이 예상됐다. 실제로 “당이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내가 찍은 정당 이름만 기억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인천에 사는 박정숙(70)씨도 "국회에서 치고받고 하더니 별 희한한 당이 나와서, 지금껏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투표했는데 이렇게 헷갈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약’은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김모(54)씨는 "공약은 모르겠고 경제를 제일 잘하는 쪽으로 찍었다"고 했다. 영등포 갑 지역구에 사는 윤모(37)씨도 "바빠서 공약을 못 읽었는데, 어차피 안 지키지 않냐"며 "약속을 잘 지킬 것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찍었다"고 했다.

역대 최고 투표율로 이어지나

이번 사전투표는 전국 3508개 사전투표소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투표율 하락을 우려하는 전망도 많았지만, 사전투표율 첫날 오후 1시까지 투표율은 5.98%로, 가장 최근 선거인 2018년 7회 지방선거의 4.61%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역대 최고 투표율‧사전투표율을 보였던 2017년 19대 대선 5.80%보다도 높다.

다만 투표율 상승으로 보기엔 '단순 분산 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는 않아서 최종 투표율은 종전과 비슷하거나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사전투표 첫날 높은 투표율은 코로나19 우려로 투표자가 분산된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文 대통령도 사전투표… 임종석도 "KTX 타기 전 투표"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9시 5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9시 20분 대전에서 각각 사전투표를 했다. 민생당 김정화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도 했고, 열린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과 김진애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도 첫날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KTX를 타기 전 서울역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임 전 실장은 투표를 마치고 나와 “전국을 많이 다니지만, 판세를 아직 잘 모르겠다”며 “대통령에 힘을 모아주자는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경합지역도 많고, 민심 향배가 결정되지 않은 곳도 많아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연‧하준호‧박건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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