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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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병이 없고 영양상태가 좋아야 한다. 영양상태를 잘 유지하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잘 먹으려면 위가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위를 튼 튼하게 하려면 위점막에 병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서는 위점막에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에는 위염, 미란, 위궤양 또는 위암과 같은 여러 가지 병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병이 생기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상복부 불쾌감이나 통증, 팽만감, 가슴 답답함, 메스꺼움 또는 구토가 생긴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이 자주 느껴지면 위에 서 언급한 병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위에 병이 생겼 거나 위가 튼튼하지 않다고 자주 느껴지면 위에서 언급한 병의 유무와는 상관없 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위에 병이 생겼거나 위가 튼튼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

실제로 위에 생기는 많은 병들은 아주 진행되기 전까지는 병 자체에 의한 증상보다는 위점막 손상이나 위기능장애로 인한 증상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증 상이 비슷하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위에서 언급한 병들을 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자신의 위가 튼튼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 의 대부분은 위염을 갖고 있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먹거 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증상이 자극 성 있는 음식이나 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급성 위염이나 급성 궤양의 경우는 식사나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 그러나 만성 위염, 만성 위궤양, 만성 십이지장궤양과 위암의 발생에는 헤리코박터 파 이로리 라는 균이 잘못된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는 것을 알아야 한다 .

현실적으로는 위염은 우리나라에서 위장증상을 일으키는 가장 많은 원인이다. 또한 위궤양이나 위암의 상당수는 위염이 심한 곳에서 잘 발생하기 때문에 위염 은 위궤양이나 위암의 발생과도 아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위를 튼 튼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긴 위염을 치료하고, 다시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염은 발생속도에 따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으로 나누는데, 급성 위염과 만 성 위염은 발생 원인과 임상 경과에 많은 차이가 있다. 급성 위염이란 말 그대로 급성으로 위점막에 염증에 생기는 병으로, 원인이 분 명하며 상복부 통증과 같은 증상이 비교적 결렬하고 급격히 생기는 것이 특징이 다. 실제로 원인에 노출된 뒤 발병까지의 시간은 대체로 수시간 정도이며 길어도 24시간 이내이다. 급성 위염은 대체로 술, 커피, 맵고 짠 음식, 약 또는 스트레스 에 의해 발생된다. 실제로 과음한 다음 날이나 감기약을 먹은 뒤 속이 몹시 쓰리고 아픈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독한 술은 위점막에 혈류 장애를 일으켜 급성 위염을 유발하며, 아스피린과 같은 진통소염제는 점막세포 보호물질 생산을 억제하여 급성 위염을 일으킨다.

스트레스도 급성 위염을 일으키는데, 일반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두부 외상, 화상 또는 수술 등과 같이 심한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잘 생긴다. 즉 급성 위염이 오랜기간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만성 위염이 되는 것이다. 드물게 는 십이지장 속의 담즙과 췌장액이 위로 역류되어 만성 위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 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만성위염의 70-80%는 헤리코박터 파이로리의 감염과 관계가 있다.

1994년 위장 질환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개념이 크게 바뀐 역사적인 해라고 생 각된다. 1994년 2월 미국국립보건원에서는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은 초발 또는 재발을 막론하고 산분비억제제 치료 이외에 헤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제균하라는 것을 전세계에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해 6월 WHO에서는 이 균을 사람 위암에 대한 제1군 발암물질(명백한 발암물질)로 분류 발표하였다. 이러한 발표는 궤양을 포함한 많은 상부 소화관 질환의 병인론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게 된 전환점이 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이 균에 대한 치료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현재 이 균은 급성 위염, 만성 위염, 미란, 장상피화 생, 비궤양성 소화불량증,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과 같은 대부분의 상부위장 관 질환의 발생과 깊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 균은 통상 어린나이에 감염되며, 오랫동안 무증상 감염기간이 있으며, 한 번 감염되면 제균치료를 받지 않는 한 자연치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한 번 걸리면 수년 또는 수십년에 걸쳐 위점막이 지속적으로 파괴되는데 대부분은 별 자각증상 없이 진행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감염자 거의 모두에 게 만성위염이 생기며, 6명중 1명은 궤양이, 그리고 일부에서는 위암이 발생한다. 이 균이 위점막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현재 부인하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위염에서 이 균을 치료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의사가 있다. 이유는 특정 인에서 이 균을 치료했을 때 약 절반에서만 증상이 소실 또는 현저히 개선되기 때문에 현재 모든 사람을 다 치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좀 더 좋은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이 균을 치료하지 말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 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데, 이는 위염치료 목적이 증상만 없애는 것이 아니며, 한편으로는 절반의 환자에서 증상이 좋아진다면 일단 치료 뒤 좋아지지 않는 사 람만 증상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부언하면 제균치료 대상 선정시 이 균에 의한 만성 위염의 자각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나 위점막 손상 은 지속되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균에 감염되면 자연치유는 기대하기 어렵고 상 당수에서는 후에 궤양이나 암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당장 증상이 없다고 치료하지 말자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폐결핵, 만성 감염 또 는 고혈압과 같은 많은 다른 병의 경우에는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나중을 생각해 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고 있다.

물론 이해는 간다. 감염자가 너무 많아 다 치료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 일부에서는 치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내성균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치료를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널리 치료 를 해도 내성균은 어느 정도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 같다.

전세계 인류의 상당수는 헤리코박터 파이로리와 함께 수천년을 살아왔고 개인적 으로는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위장병을 음식물 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믿고 소화장애를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온 사람이 많 은 것이다.

필자는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 균에 감염되어 있으면 우선 이 균을 치료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균을 박멸한다고 위장병 증상이 모든 사람에서 즉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균치료를 받은 사람 거의 모두에 서 적어도 위점막의 염증은 소실 또는 크게 개선될 것은 분명하다.

한편 무증상 감염자도 이 균에 오랜동안 감염되어 있으면 위염이 심해지고 상당 수에서 궤양이나 위암과 같은 심각한 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제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 균을 치료하는 것이 식 사습관 교정이나 스트레스 해소보다도 위점막 염증을 소실시켜 위를 튼튼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튼튼한 위를 가지려면 위점막에 기생하는 헤리코박터 파이로리를 박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산중앙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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