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정액(Hemospermi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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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현상이 혈정액이다. 오줌이 만들어져 체외로 배출될 때 까지의 통로를 요로(尿路)라고 부른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현상을 혈뇨(血尿)라고 하며 요로 어느 한곳이라도 이상이 있을 때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혈정액도 마찬가지다.

정액이 체외로 사출될 때까지의 모든 통로, 즉 고환,부고환,정관,사정관,정낭,전립선을 통털어 정로(精路)라고 하며 정로 어느 한곳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혈정액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혈정액은 비교적 흔한 비뇨기과적 증상의 하나이며 중년 남성에게 빈발한다. 대개 여성 섹스 파트너에 의해 처음으로 인지되며 당사자는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혈정액은 대부분 간헐적(間歇的) 현상으로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수 주일이 지나면 대개 저절로 치유되는 양성적인 경과를 취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재발되는 혈정액은 정낭이나 전립선 결핵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혈정액의 확실한 원인은 아직 불명이나 대부분이 정낭, 사정관, 전립선 질환과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액은 사정 근육의 발작적 수축에 따라 물총(水銃) 쏘듯 수 차례 찔끔거리며 사출된다.

사출된 정액의 초반부에 피가 섞여 나오면 전립선 질환일 가능성이 많고 종반 사출액에 피가 섞여 있으면 정낭에서 유래한 혈흔 가능성이 많다. 혈정액은 정낭 점막이 두꺼워 지는 정낭 점막 비후가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정낭이나 전립선의 비특이성 염증이 혈정액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혈정액의 원인 규명을 위해 경직장 초음파 검사의 이용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까지 초음파만큼 전립선, 정낭, 사정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이미징해 주는 진단 수단이 없다.

혈정액 환자의 전립선, 정낭을 초음파 영상으로 그려보면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사정관과 정낭내 결석, 그리고 지름이 1 cm 이상의 사정관 낭종(물혹)은 혈정액과 유의한 인과(因果) 관계가 있다.

그 외에도 정낭 점막의 염증으로 생긴 정낭 점막의 궤양, 전립선 요도의 혈관 울혈(鬱血)이나 폴립도 혈정액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혈정액은 동반하는 증상이 없지만 때에 따라서 사정통이나 회음부 통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혈정액 환자는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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