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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하수관로 공사장서 3명 숨져…"2명은 동료 구하다 참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고현장에서 부산시소방재난본부 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사고현장에서 부산시소방재난본부 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지하 하수관로 공사장에서 작업인부 3명이 가스에 중독돼 숨졌다. 인부 2명은 먼저 쓰러진 동료 1명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9일 오후 3시 20분 부산 사하구에서 #작업자 5명 가운데 3명 가스 중독 #동료 구하러 들어간 인부 2명도 사망 #“쓰레기 매립층이어서 가스 발생”

9일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후 3시 20분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하남중학교 앞에 하수관로를 묻기 위해 뚫어놓은 터널에 들어갔던 인부 3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모두 숨졌다고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구조 당시 맥박·호흡·의식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병원 이송 도중 모두 숨졌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이모(59)·송모(62)·염모(52)씨 등 모두 중국 교포로, 부산시가 발주한 ‘하단동 하수관로 신설 사업’ 시공을 맡은 시공사의 하도급 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5명의 작업자가 있었으나 2명은 하수관로 외부에 있어 피해가 없었다.

사고가 난 지점은 하수관로를 묻기 위해 깊이 4m에 길이 16m로 터널을 파놓은 지점으로 알려졌다. 터널은 직경 80㎝ 관로를 묻기 위한 것이다. 소방재난본부가 사고 당시 터널 내 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유독가스가 측정됐다. 공사 현장이 쓰레기 매립층이어서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하수도공사장 안전사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산 하수도공사장 안전사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측정 결과 터널 입구에서부터 측정기 최대치인 999ppm으로 나왔다”며 “인부 3명은 1000ppm 이상의 일산화탄소를 흡입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 허용농도는 1일 8시간 기준 80ppm을 넘어가면 안 된다. 6500ppm 이상의 일산화탄소에 10분만 노출돼도 사망에 이른다.

사망 당시 인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인부들이 착용하고 있던 보호 장비는 안전 로프와 랜턴뿐이었다”며 “마스크가 벗겨졌는지, 처음부터 쓰지 않았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발견 당시 인부들의 얼굴에 마스크는 씌워져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사진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사진 부산시소방재난본부]

경찰은 인부 1명이 터널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자 나머지 인부 2명이 동료를 구조하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터널에 두 번째로 진입한 인부가 로프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아 첫 번째 진입한 동료를 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3명의 인부가 몇 분 간격으로 터널에 진입했는지 등은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공사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수관로 신설사업’이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하수를 모아 사하구 하단동 부산 강변하수처리장으로 보내기 위해 하수관로 17.7㎞를 묻고 1833가구에 배수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고지점과 강변하수처리장과는 4㎞가량 떨어져 있다. 부산시가 2015년 사업을 시작해 오는 6월 말 완공할 예정으로 국비 87억원과 시비 202억원 등 289억원을 투입한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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