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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대학 새내기 40만명의 선거교육 방치한 선관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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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대학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2020학번 신입생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고교 졸업식도 생략했거나 대충 치렀고, 대학 입학식조차 하지 못했다.

대책 없이 생애 첫 투표 참여할 판 #국민 참정권을 가볍게 보면 안 돼

그런 신입생들은 4·15총선에서 생애 처음 한 표를 행사한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투표 가능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대학 신입생들은 대부분 유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배나 어른들이 하는 선거를 지켜보면서 정치와 선거에 대해 학습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암묵적인 지식이 만19세 이후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할 때 힘이 됐다. 그런데 올해 신입생은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 인생 첫 선거권 행사를 아무런 준비 없이 하게 된 것이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대부분 2001년생이다. 정확하게는 2001년 3월부터 2002년 2월생까지다. 과거처럼 만 19세가 적용됐다면 2001년에 태어난 대부분의 대학 신입생들은 이번에 선거권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2001년 4월 16일생 이전 출생자까지 투표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대상자는 신입생의 약 10%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개정 선거법에 따라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생일을 맞은 사람은 이번에 투표 참여가 가능하다. 사실상 모든 대학 신입생이 유권자가 된 것이다. 선거 가능 연령이 낮아지면서 새롭게 유권자로 편입된 수가 53만 2000명 정도다. 이 중 대다수인 40만명 정도가 대학생이다. 그런데 사회의 관심은 불과 10만명인 고3에만 맞춰졌다. 고3과는 달리 대학 신입생은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만 18세에 대한 참정권 교육에 제일 적극적인 건 각 시·도 교육청이다. 2002년 3월 1일생부터 4월 15일생까지가 대상이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고교생에 대한 선거 교육 계획을 세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초 3월 16일부터 2주일간을 참정권 교육 주간으로 지정해 방문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고교 개학이 4월 초로 연기되면서 방문 교육은 취소됐다. 문제는 만18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 신입생에게는 당초부터 아무런 선거 교육 관련 계획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시·도 교육감들에게는 이들 대학 신입생이 권한 밖이다.

대학들은 기존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비상 상황에서 선거 관련 교육에 관심 둘 여유조차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내야 하는 건 선거관리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인데 아무런 목소리도, 움직임도 없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의 선거 가능 연령이 만 18세라는 이유로 연령 하향 조정에만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정작 그 실천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렵사리 선거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고3 교실의 정치화 방지 논란만 가열됐다. ‘교복 입은 유권자’와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그 와중에 신입생 신규 유권자들은 선거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어른들은 대학 신입생 40만명에게 야구 유니폼과 장비는 마련해 줬지만 정작 야구 경기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고는 야구 경기할 기회를 더 확대해줬다면서 사진 찍고 생색내며 정치적으로 공치사에 바쁘다.

선관위는 국민의 참정권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당장 선관위는 국회의원 선거 관련 동영상을 만들어 대학에 나누어주기 바란다. 관련 자료도 이메일과 책자로 배부하고, 선거독려 포스터도 대학 곳곳에 붙여주기를 바란다.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입학식도 오리엔테이션도 거른 올해 신입생들에게 뿌듯한 첫 선거참여라는 입학선물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라는 꽃다발이 될 것이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