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발 김태훈 "광현 형이 구속 안 나오면 은퇴하랬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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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형이 전력으로 던졌는데 시속 140㎞가 안 나오면 은퇴하라고 했는데..."

올해 SK 와이번스 5선발 역할을 맡게 된 김태훈(30)은 요즘 구속 올리기에 한창이다. 지난해까지 불펜투수였던 김태훈은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빠지면서 선발투수로 보직을 옮겼다. 그는 스프링 캠프에서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등을 연마하면 선발 전환 단계를 착실히 밟았다.

SK 선발 김태훈이 역투하고있다. 정시종 기자

SK 선발 김태훈이 역투하고있다. 정시종 기자

그런데 아직 직구 구속이 만족스럽지 않다. 최근 가장 빠른 구속은 시속 140㎞였다. 지난 시즌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5㎞인 것과 비교하면 느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늦어지지 않았다면, 김태훈은 시즌 초반 고전했을 것이다.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김태훈은 "자체 청백전 투구 내용이 그리 나쁘지 않아서 구속을 크게 신경 쓰고 있지는 않다. 다른 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면 긴장감이 생겨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팀 청백전에서 7일까지 3경기에 나와 13이닝을 던져 12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태훈은 선발투수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이제 서서히 구속이 올라와야 한다. 그는 "정말 큰 고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차마 김광현에게는 말하지 못했단다. 김태훈은 신인 시절부터 김광현과 친해 스스럼없이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이다.

그는 "광현 형이 미국에서 혼자 외롭게 훈련하고 있어서, 말 하기가 미안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김태훈은 과거 구속에 대해 고민을 할 때, 혼난 적이 있어 더욱 함구했다. 그는 "예전에 광현이 형이 '전력으로 던졌는데 시속 140㎞가 안 나오면, 마운드에서 글러브랑 모자 벗고 인사하고 은퇴하라'고 했다. 그래서 말 안 했다"며 한숨 쉬었다.

최상덕 SK 투수코치는 김태훈이 곧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최 코치는 "김태훈의 경우 이제 스프랭캠프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스프링캠프 때는 아프지 않고 던지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팔 통증이 없기 때문에 이제 하체에 힘을 실어 던지는 훈련을 하면 구속이 자연스럽게 올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은 그 외에 선발투수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불펜보다는 선발이 더 공격적으로 던져야 하더라. 그래야 타자와 승부도 유리하고 경기도 빨리 끝낼 수 있다. 광현 형처럼은 어렵겠지만 선발로 나가도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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