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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씨병의 약물치료

중앙일보

입력

파킨슨병에 사용되는 치료 약물은 결국 뇌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 주고 도파민의 부족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맞춰 주고 또 신경세포의 파괴를 예방 혹은 지연시키고자 하는 목적과 기타 우울증 등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것들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러한 목적으로 많은 약제들이 개발되었고 이중 효과가 인정되고 있는 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치료 약제의 선택은 병의 진행 정도와 환자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이루어지게 되며, 어떤 약은 그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하여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그 사용을 보류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죽어 버린 신경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에 파킨슨병에 사용되는 치료 약제는 근치적인 것이 아니라 증상의 조절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이나 직업 활동에 지장이 없는 정도의 초기 파킨슨병에서 바로 치료 약제를 꼭 투여할 필요는 없으며 병이 진행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약제를 단독 혹은 같이 투여하는 것이 보편적 이나 약제의 선택은 환자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적절한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많은 환자는 진단 후 20년 이상을 큰 불편 없이 일상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아만타딘 (씨메트렐)

아만타딘은 본래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 약제로 개발된 약이었으나 우연히 파킨슨병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를 발견하게 된 후로 파킨슨병 치료 약으로 인정 받게 되었고 현재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만타딘은 훅색질의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킨슨병 환자의 약 50%에서 효과를 보입니다.

부작용은 소수에서 나타나는데 다리에 자주빛으로 피부색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노년층의 환자에서 혼동, 망상, 환각 등의 증상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일시적이며 약을 끊으면 없어집니다.

▣ 항콜린성 약제

항콜린겅 약제는 아만타딘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따로 사용할 수도 있는 약제로서 그 작용기전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뇌에서는 도파민과 아세힐콜린의 작용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반하여 파킨슨병에서는 도파민의 작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세틸콜린의 작용이 우세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항콜린성 약제를 투여함으로써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간의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따라서 초기 파킨슨병에서 이 약제를 투여할 경우 도파민의 작용을 증진시키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항콜린성 약제는 특히 경직과 진전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서동증이나 균형 및 보행장애 등의 증상에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부작용으로는 입이 마르는 증상과 시력 장애, 변비나 소변 장애, 기억력이나 주의력 저하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입이 마르는 부작용은 연하 장애가 심하여 침을 많이 흘리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항콜린성 약제로는 트리헥시페니딜 (아르테인 ) , 비페리딘(아키 네톤) , 벤즈트로핀(코젠턴) 등이 있습니다.

▣ 엘-도파(레보도파), 씨네메트, 마도파

엘-도파는 파킨스병 환자의 뇌 안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직접 보충해 주기 때문에 병의 치료 목적에 가장 적합한 약제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가장 효과가 탁월한 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엘도파는 도파민의 전구물질로서 뇌에서 대사가 되어 도파민으로 변하여 효과를 발휘합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을 직접 약으로 투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혈액 내의 도파민이 혈관뇌장벽 때문에 뇌에 전달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전구 물질인 엘-도파는 혈관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엘-도파의 문제점은 도파민으로 대사되는 과정이 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뇌로 흡수되기 전에 다른 부위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여 된 엘-도파의 약 10퍼센트만이 뇌에 도달할 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그 이외의 부위에서 대사되어 혈액 내의 도파민 농도가 증가함으로써 오심, 구토. 식욕감퇴 등의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엘-도파제제는 뇌 밖의 대사를 억제시킬 수 있는 약제와 배합하여 만들어진 혼합 제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씨네메트와 마도파인 것입니다. 씨네메트는 카비도파라는 억 제재와, 마도파는 벤세라자이드라는 억제재와 각각 혼합된 것인데 이들 억제제는 뇌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뇌 안에서도 도파민의 생성을 억제 할 염려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엘-도파 제재를 투여하면 처음에는 증상이 좋아지지만 수년이 경과하면 상당수에서 약의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불수의 운동이나 하루 중에도 증상이 좋아졌다가 심해졌다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약제의 투여 기간과 용량에 연관이 있기 때문에 엘-도파제제를 병의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가 심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약을 식사 직후나 자기전에 복용한다거나 돔페리돈이라는 약제를 같이 투여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어지러움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래 복용한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불수의 운동과 심한 증상 변화입니다.

불수의 운동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팔 다리 뿐만 아니라 얼굴, 몸통, 혀 등의 근육이 움직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약효가 떨어졌을 때 나타날 수도 있고 반대로 약효가 가장 높을 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상의 심한 변화는 약효가 점차 떨어지면서 나타나는데 하루 중에도 증상이 거의 없다가도 다시 심해지는 양상이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약 복용시간과 관계없이 어떨 때는 잘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는 점멸현상이 나타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면 약의 용량과 복용 간격을 조절해야 하므로 불수의 운동이 나타나는 시기와 양상을 자세히 기록하여 담당의사와 상의 하여야 합니다.

▣ 도파민 효능제

도파민 효능제란 도파민과 작용이 유사한 약제를 말하는데 즉 뇌에서 도파민이 작용하는 수용체에 마치 도파민처럼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내는 약제들 입니다. 이러한 약제로 브로모크립틴(팔로델), 퍼골라이드, 리슈라이드 등이 있습니다. 팔로델은 원래 프롤락틴이라는 홀몬의 길항제로 내분비질환의 치료에 쓰이던 약이었으나 도파민 효능을 갖고 있음이 밝혀진 이후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씨네메트 등의 엘-도파제제와 같이 사용함으로써 증상 조절을 위하여 필요한 용량을 서로 낮출 수 있으며, 파킨슨병의 모든 일차적 증상에 효과가 있으나 특히 증상의 심한 변화나 불수의 운동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약제입니다. 또한 이른 아침에 경직이 심해지거나 서동증 혹은 다리에 경련이 잘 일어나는 환자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부작용은 오심, 구토, 어지럼증 등으로 엘-도파 제재 와 비슷하나 이는 소량으로 투여 하기 시 작하여 서서히 증량하면 대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엘-도파 제재를 오랜 기간 사용하였을 때 생기는 불수의 운동이나 증상 변화 등의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퍼골라이드는 최근에 개발된 도파민 효능제로서 팔로델에 비하여 작용 시간이 더 길고 증상에 대한 효과가 더 우수하여 씨네메트나 마도파의 보조제로 사용하여 증상 변화가 많은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부작용은 팔로델과 같습니다.

리슈라이드 역시 최근에 개발된 약제로서 그 효과나 부작용은 팔로델, 퍼골라이드 등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약제들의 효과는 서로 비슷하지만 환자 개개인에 따라서 어느 한 약제에 대하여 더 잘 반응할 수 있고 또 어느 약제에 대해서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서 도파민 효능제의 선택은 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어느 도파민 효능제에 반응을 보이던 환자에서 그 효과가 점점 떨어질 경우 다른 도파민 효능제로 바꾸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 엘데프컬(데프레닐, 절레질린)

엘데프릴은 B형의 모노아민산화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제입니다. B형의 모노아민산화효소는 뇌 안에서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인데 이를 억제함으로써 뇌에서 더 많은 도파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엘데프릴은 엘-도파제제와 같이 사용할 때 그 효과를 증진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엘데프릴이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의 파괴를 막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어서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하기 위하여 발병 초기부터 투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용은 오심, 구토, 어지럼증 등으로 엘-도파 제재 와 비슷합니다.

▣ 항우울제

항우울제는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사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환자의 기분이 안정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도 호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용되는 약제는 아미트리프틸린(엘라빌), 이미프라민(토프라닐) 등으로서 이들은 수면 효파와 항콜린성 효과를 같이 가지고 있어서 환자에 따라 때로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기타 약제들

항히스타민제제나 파시돌 등의 약제가 초기 파킨슨병에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보편적으로 잘 사용되는 약제는 아닙니다.

신경과 전문의 이주헌 & 남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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