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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윤태호 "4ㆍ19혁명 정확히 알게하는 만화 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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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9혁명을 소재로 새 작품을 낸 만화 작가 윤태호. [사진 창비]

4ㆍ19혁명을 소재로 새 작품을 낸 만화 작가 윤태호. [사진 창비]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생각하며 그렸다. 한 시대를 관통하신 분을 통해 우리의 시대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만화『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4ㆍ19혁명을 그린 『사일구』를 냈다. 창비가 낸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시리즈 4권 중 한권이다. 같은 시리즈의 김홍모 『빗창』, 마영신『아무리 얘기해도』, 유승하『1987 그날』은 각각 제주 4ㆍ3사건, 5ㆍ18 민주화운동, 6ㆍ10 민주항쟁을 다룬다.

7일 오전 온라인 중계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작가는 “1930년생이신 장인어른을 떠올리며 창작했다”고 했다. 『사일구』는 1936년생 노인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의미도 모르는 채 해방과 전쟁을 경험하고 살아남는 것만을 목표로 가졌던 인물. 1960년 4ㆍ19혁명에서도 그는 현실을 외면하며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 한다. 작품은 2016년 80세가 된 노인이 촛불을 드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윤 작가는 “주인공 영감님을 통해서 장인어른과 나의 화해 같은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윤 작가는 6ㆍ25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한 장인어른이 김대중 정부 때 월 8만원 보상을 받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결혼 전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내가 광주 사람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되기 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30분동안 헐뜯으셨던 분이다. 하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정권까지 모두 지나고 난 뒤 화해와도 같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때 기분이 좋았고 그런 방식을 작품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윤 작가는 “4ㆍ19 혁명을 특정 주인공의 주도적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독자 대부분은 주동자가 아니고 따라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에서 주변의 인물, 무명의 참가자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은 무명이고, 집회가 일어나는 도로 위가 아닌 주변의 인도 위에서 지켜보기 시작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리는 참여를 안 한다 하더라도 다이내믹하게 안 한다. 항상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항쟁을 애써 무시하고 입신양명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도 처절했을 것이다.” 그는 또 "우리가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들이 많다. 4·19를 처음부터 알게끔 하려 했다"고 말했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이 7일 유튜브를 통해 기자간담회를 열였다. 왼쪽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남규선 이사, 김홍무ㆍ윤태호ㆍ마영신ㆍ유승하 작가. [사진 창비]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이 7일 유튜브를 통해 기자간담회를 열였다. 왼쪽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남규선 이사, 김홍무ㆍ윤태호ㆍ마영신ㆍ유승하 작가. [사진 창비]

이번 시리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 작가들에게 의뢰해 만들어졌다. 윤 작가는 “내 정체성을 대중 만화작가라 보기 때문에 엄중한 일을 다루는 작품에 짓눌릴까 걱정이 많았다. 가급적 안 하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소명과 역할이 생겼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의 크기와 엄중함에 눌리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사건에 대한 다른 언어를 추가한다고 생각하며 압박감을 털어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이 책을 놓고 토론의 주제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세 권의 책 또한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10년 전 제주로 거처를 옮긴 김홍무 작가는 “1948년 당시 제주도민이 30만이었는데 3만여 명이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른다. 그들이 꿈꿨던 세상을 공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5ㆍ18을 다룬 마영신 작가는 “정확하게 팩트를 전하면서 좌우 모두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고 6ㆍ10민주항쟁을 주제로 한 유승하 작가는 “나도 당시 시위에 나선 500만명 중 하나였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이야기를 뼈대로 잡고 철거민, 화가, 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첩적으로 넣었다”고 소개했다.

이 기획은 2018년 시작해 2년 만에 완성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남규선 이사는 “더 큰 기획이었는데 예산 문제로 4부작으로 나왔다”며 “작가의 상상력을 존중했지만 역사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역사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친 작품들”이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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