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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까지 드리운 코로나 '경보'…유럽 여름 음악제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매년 여름 티켓 수입 약 2500만 유로(약 350억원)를 올리는 세계적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제공

매년 여름 티켓 수입 약 2500만 유로(약 350억원)를 올리는 세계적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제공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모든 경우를 예상해보고 조언을 고려했을 때 취소가 가장 적합한 결론이었다.”(에딘버러 페스티벌)

유럽의 여름 음악축제가 속속 취소되고 있다. 주로 7~8월 열리는 음악 축제들이 이미 취소ㆍ연기했거나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여름까지 미치는 셈이다.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축제는 7월 17일~8월 2일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했다. 26년 만에 처음이다. 8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도 이달 1일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다. 에딘버러의 본 공연과 아마추어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린지 공연은 총 3800회 공연에 참가자만 3만명이 넘는 대규모다. 페스티벌 측은 공식 발표에서 “에딘버러 페스티벌은 1947년 이래 휴머니즘을 꽃피우는 일에 앞장섰다. 세계적 위기가 닥친 현재에, 이 정신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들을 매년 8월 공연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도 올해는 열리지 않고 내년으로 미뤄졌다. 주최측은 “올해 산 공연 티켓은 내년 축제에서 유효하다”고 밝혔다.

행사 개막을 연기해 취소를 피한 음악 축제들도 있다. 미국의 아스펜, 영국 글라인드본이다. 공연과 함께 학생들의 음악 학교가 유명한 아스펜은 개막을 2주 뒤로 미뤄 7월 16일로, 영국의 글라인드본 오페라 축제는 7월 14일로 미뤄 시작한다.

개최 여부를 두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곳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다. 유럽은 물론 세계 여름 음악제의 모델로 꼽히는 잘츠부르크는 1920년 시작됐다. 올해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짰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은 이달 15일까지 부활절 페스티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고, 본 무대인 여름 음악축제의 개최 여부를 다음 달 30일까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부활절 페스티벌은 5월 29일~6월 1일, 여름 축제는 7월 18일부터 8월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그대로 개최한다”고 발표한 곳은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이다. 8월 14일에 시작하는 이 음악제는 지난달 22일 티켓 판매를 시작했고 ‘기쁨’이라는 주제로 100개 넘는 공연을 마련했다. 다만 이달 1~4일 예정됐던 봄 음악제는 취소했고, “코로나19로 전화 티켓 판매는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의 유명한 여름 음악제인 탱글우드도 “보건 당국의 지도를 따르겠지만 현재로선 이번 여름에 축제가 그대로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달 3일 발표했다. 탱글우드 음악제는 6월 19일~8월 28일 열릴 예정이다. 보스턴 심포니의 대표인 마크 볼프는 “현재 상황은 전례 없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음악제 개최지역의 경제적 타격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취소되지 않은 음악제도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특히 100여명까지도 모이는 오케스트라 공연, 몇주 동안의 리허설이 필요한 오페라 공연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여름에 코로나19의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건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시즌 모든 오페라 무대가 백지화된 것처럼 여름 음악제에도 어둠이 깃들고 있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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