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속 환경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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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유전인가 섭생인가. 지금까지 상식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과 식사.운동 등 섭생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 최근 현대 서양의학은 자궁내 환경이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을 잇따라 내놓아 모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오던 동양의학과 접근하고 있다. 동.서양 의학이 제시는 태아를 위한 자궁 내 환경을 살펴본다.

최근 미국 시시주간지 뉴스위크는 자궁 내 환경이 태아의 체내에 프로그램처럼 입력되었다가 태어난지 수십년 후 각종 질병의 발생에 관여한다고 보도했다.

첫째가 산모의 영양상태. 영국사우스햄프턴대 바커교수팀은 1900년대초 태어난 1만3천여 명의 신생아를 조사한 결과 산모의 영양결핍으로 출생시 체중이 2.5㎏이하였던 아기는 커서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50%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태아가 영양실조로 작은 간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간은 크기가 작으면 활동량이 떨어져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게 돼 심장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비만도 영양결핍의 결과. 산모가 잘 먹지 않으면 태아의 뇌에 있는 식욕조절중추가 과식 쪽으로 프로그래밍 되기 때문이다.

반면 태아의 출생체중이 4㎏이 넘는 영양 과잉상태가 되면 유방암 발생률이 정상체중에 비해 30%가량 증가한다고 하버드대보건대학원 미셸스교수팀은 밝혔다.

둘째는 산모가 받는 스트레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티솔 88瓚?태아의 뇌에 작용해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든다. 이런 아기는 자라서 코티솔이 만성적으로 과잉분비돼 고혈압에 더욱 잘 걸린다.

이런 자궁 내 환경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은 최근 소아백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 결손이 태아시절 발생한다는 영국백혈병기금 세포분자생물학연구센터팀의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강대희교수팀도 최근 발암물질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GST와 COMT에 모두 유전자 결손이 일어난 여성은 장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무려 11배나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姜교수는 "유전자 결손은 돌연변이와 달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며 자녀에게 대물림되진 않지만 유전자 결손이 있다면 장래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증′磯? 고 강조했다.

유전자 결손이 사람에 따라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미국 코넬대의대 피터 너새니얼즈교수는 자궁 내 환경을 유력한 요인으로 꼽는다.

정상적인 유전자도 자궁내 환경이 나쁘면 결손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전이 설계도이며 섭생이 건축공사라면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자궁내 환경에 따라 설계도 내용마저 변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 어떤 자궁내 환경이 유전자 결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상태. 따라서 현재로서는 수태기간 동안 균형있는 식사와 운동, 스트레스의 관리, 약물금지 등 일반적인 건강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양대의대 산부인과 박문일(朴文一) 교수는 "임신 사실을 잘 모르는 초기 10주에 뇌를 비롯한 주요장기가 형성되므로 이 시기에 산모의 건강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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