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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스위트 스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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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는 표현은 널리 쓰인다. 야구·골프 등에서 가장 효과적인 타격이 이뤄지는 지점을 뜻하기도 하고, 음악 애호가들은 공연장이나 음악감상실에서 가장 좋은 음향을 들을 수 있는 지점으로 이해한다.

공연장에서도 어떤 편성의 음악인지에 따라 ‘스위트 스팟’은 달라진다. 독주나 실내악이라면 무대와 가까운 1층 앞 열을, 오케스트라 편성이라면 1층 중앙 열이나 2층 앞 열을 ‘스위트 스팟’으로 여긴다. 공연장의 특성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불변의 법칙이라 할 순 없다.

오디오로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엔 스테레오 스피커의 좌우를 연결한 정삼각형의 꼭짓점을 ‘스위트 스팟’이라 부른다. 홈 시어터와 같은 멀티채널 스피커를 운용한다면 좀 복잡해진다. 5채널의 경우 좌우 스피커와 음악 감상자가 정삼각형을 이루게 하고 중앙 스피커는 가운데에 둔다. 후면 스피커는 감상자 좌우 후측면 110도 지점에 놓는데 모든 스피커와 감상자 사이의 거리는 같아야 한다.

카 오디오로 오면 ‘스위트 스팟’은 무의미해진다. 좌석에 따라 스피커와의 거리나 각도가 달라지고,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한 반사음이 많아져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디오 제조사들은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함께 사운드 시스템을 설계한다.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의 귀를 현혹시켜 어디에 앉더라도 ‘스위트 스팟’처럼 느껴지도록 가상의 음장(소리 공간)을 만들어낸다. 세계 최대 오디오 업체인 하만의 ‘퀀텀로직 서라운드’ 같은 기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를 할 때가 제법 있다. 오디오 시스템의 ‘스위트 스팟’이 책상 뒤쪽 1.5m 지점이어서 음악을 틀어놓으면 오른쪽 소리만 크게 들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꽤나 거슬린다.

균형이 잘 잡혀야 하는 게 비단 음악만은 아닐 것 같다. 코로나19, 21대 총선, n번방 등 모든 사회 이슈에 대해 저마다 편향된 주장을 늘어놓고, 온갖 반사음이 귀를 현혹한다.

왜곡되지 않은 소리와 좋은 스피커가 먼저이고, 미디어 수용자가 ‘스위트 스팟’을 잘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추지 않고선 균형감 있는 전달과 수용도 불가능해서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