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이긴 6명 중앙마라톤 ´희망도전´

중앙일보

입력

"난치병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

굳건한 의지로 난치병을 이겨낸 6명의 청년들과 60대 교수가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12일 개최되는 ´중앙일보 서울 하프마라톤´ 을 기다리고 있다.

수년간 투병끝에 소아암을 이겨낸 김정호 (金正浩.22.목포 문태고2).옥원석 (玉元錫. 19.거제공고3).황선웅 (黃善雄.15. 울산 중앙중2) 군, 정영희 (鄭永姬.18).裵한나 (17.수원 송원여중3). 이영미 (李榮美.17.대구 구암고1) 양, 소아암 전문의인 서울중앙병원 김태형 (金泰亨.60) 교수가 그 주역. 金군 등은 "중앙일보 하프마라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10㎞ 부문에 참가키로 흔쾌히 뜻을 모았다" 고 털어놨다.

金군은 "93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다가 4년만에 병마 (病魔) 를 이겨냈다. 도중에 쓰러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金군은 현재 서너살 아래 동생들과 함께 고교에 다니며 마라톤에 대비, 틈틈이 달리기 연습을 해왔다.
특히 金군 등 6명은 한국백혈병소아암연합회 주선으로 지난달 21일 백두산 천지 (天池)에 올라 체력을 단련했다.

2년 동안 백혈병과 싸운 끝에 97년 완치판정을 받은 鄭양은 "소아암을 이겨낸 오빠.동생들과 함께 12시간만에 정상에 오르고 나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프마라톤에서도 최선을 다해 난치병 환자에게 힘을 주고 싶다" 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던 朴종찬 (14) 군은 아직도 뇌종양 치료를 받고 있어 대회에 참여하는 대신 휠체어를 타고 형과 누나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소아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金교수도 하프코스에 도전하기 위해 새벽마다 올림픽대교~광나루간 왕복 18㎞를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애틀랜타의 에머리 의대에서 20년간 근무했던 그는 마라톤대회에 11차례나 참가한 베테랑이다.

9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때는 42.195㎞의 풀코스를 3시간58분41초에 완주한 기록도 갖고 있다.
金교수가 마라톤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달리기가 육체는 물론 정신건강에도 더할 나위없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대회 때는 1㎞마다 1천원씩 후원자들이 내놓은 돈을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기도 했다.
그는 고국의 난치병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부인과 외아들을 남겨 놓고 97년 귀국한 뒤에도 달리기에서 다져진 건강한 정신을 바탕으로 인술 (仁術) 을 펼치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金교수는 "오전 5시에 일어나 훈련을 거듭해 왔다.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난치병 환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고 말했다.

정제원.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