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름도 알던 황교안·홍준표, 이젠 “복당불허” “파리목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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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출마자는 영원히 복당을 불허하겠다.”(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당 대표는 파리 목숨이다. 종로 선거에나 집중하라.”(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4·15 총선을 보름 가량 앞두고 통합당 전·현직 대표(홍준표·황교안)가 30일 설전을 벌였다. 황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그는 “무소속 출마는 국민 명령을 거스르고 문재인 정권을 돕는 해당(害黨) 행위다.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영구 입당(복당) 불허 등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무소속 후보로 나서는 홍 전 대표가 즉각 반발했다.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는 종신직이 아니라 파리 목숨이다. 황 대표는 종로 선거에나 집중하라”며 “그 선거 지면 그대도 아웃이고 야당 세력 판도가 바뀐다”고 날을 세웠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 전 대표는 당초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준비하다가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일부 수용해 양산을 출마로 방향을 돌렸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홍준표를 살려줄 곳은 오직 내 고향 대구뿐”이라며 대구 수성을 출마를 선언했다.

둘의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6일 황 대표는 당 회의에서 “지역을 수시로 옮기며 억지 명분을 찾는 모습은 당의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당시는 홍 전 대표가 고향인 양산을에서 대구로 출마 지역을 옮기려던 때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협량 정치, 쫄보 정치를 하면서 총선 승리보다는 당내 경쟁자 쳐내기에만 급급했던 그대(황 대표)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페이스북)라고 했다.

둘의 불편한 관계는 황 대표가 지난해초 당권에 도전하던 때부터 있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 대표의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을 ‘대통령 놀이’라고 공격했다. 홍 전 대표는 “뒷방에 앉아 대통령 놀이를 즐겼던 사람이 집안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자 이제 들어와 안방 차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황 대표는 “근거 없는 이야기나 우리 안에서 치고받는 얘기들을 끝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속 출마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속 출마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전당대회 이후 둘의 공방은 주로 황 대표가 공식 행사(당 회의 등)나 기자들과 문답에서 한 발언을 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반격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황 대표가 “내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임검사였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홍 전 대표가 “자랑스러울 것 없는 5공 공안검사 시각은 버리라”고 비판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황 대표가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색소폰을 연주하자 “총선 이기고 난 뒤 마음껏 불라”고 꼬집었다.

둘의 관계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지난 1월 4일 황 대표가 광화문 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많은 중진도 험한 길로 나가달라”고 하자 홍 전 대표는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느냐”고 쏘아붙였다. 이후 홍 전 대표는 계속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결국 공천에서 배제되는 과정에서도 “황 대표의 백댄서는 할 수 없다”(2월 11일), “황 대표 덕분에 8번(무소속)이 됐다”(3월 28일) 등 황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통합당 내에선 “검사 시절 꽤 사이가 좋았던 두 사람이 전당대회와 총선 등을 거치면서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둘은 검사 초기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1985년 청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1년 정도 함께 근무했다. 둘 다 첫 발령지였고 황 대표가 1년 먼저 와 있었다. 당시 청주지검에 평검사 4명이 있었는데 사법시험 1년 선배인 황 대표(사법연수원 13기)가 2호, 홍 전 대표(14기)가 3호 검사로 불렸다. 이듬해 황 대표가 대전지검 홍성지청으로 가면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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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대해 황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의 아들 이름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한때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도 지난해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 전 총리와 청주지검에서 1년 4개월 동안 옆방에 있었다. 반듯한 공무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보다 앞서 경남지사 시절이던 2017년 2월 홍 전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에 대해 “훌륭하고 바르고 정의로워 대통령이 돼도 능히 국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둘과 모두 가깝다는 검사 출신 한 의원은 “두 사람이 정치 성향이나 법치에 대한 인식이 비슷하다”며 “둘 중 한 사람만 정치권 밖에 있었어도 여전히 가깝게 지냈을 사이”라고 했다.

현일훈ㆍ김홍범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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