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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에 흔한 질병, 쯔쯔가무시병

중앙일보

입력

가을이면 유행하는 여러 가지 열병들이 있다. 이중에 이름도 괴상한 병이 있는데 의사가 관심있게 잘 진찰하여 특효약을 쓰면 36~48시간이면 증상이 무척 좋아지지만 진단이 늦어져 심해지면 사망에도 이르는 병이다. 이 병은 1985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 관찰되었으며 주로 농촌지역에서 볼 수 있는 병으로 도시에서만 환자를 대하는 경우 염두에 두지 못해 진단을 놓칠 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관목숲에서 살고 있는 매개충인 진드기의 유충이 그 지역을 지나가던 사람의 피부에 우발적으로 부착하게 되면 조직액을 흡인하게 된다. 이때 R. tsutsugamushi는 인체내로 들어가서 그 부위에서 증식하면서 구진이 생기고 이어 궤양이 된 다음에 가피가 되고 건조된다.(eschar 형성). 쯔쯔가무시의 기생숙주는 집쥐이며 이외에 들쥐, 들새 등의 야생설치류가 자연계 내의 보유동물이다.

1~2주의 잠복기를 거쳐서 고열, 오한이 나면서, 두통,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어 감기로 오인하기 쉬우나, 대부분 증상이 매우 심하여 환자들이 "나 좀 살려달라"며 병원에 내원한다. 자세히 보면 특이한 피부발진 및 림프절 비대가 있으며, 간비종대, 결막 충혈, 편도 충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기관지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이 생길 수 있으며 수막염 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환자가 관목숲에 다녀온 경험, 즉 야영, 토목공사, 등산, 낚시 등이 기왕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병의 특징인 진드기가 문 곳에 생기는 피부 궤양이나 가피(eschar)가 있으면 바로 진단이 된다. 그러나 가렵거나 아프지 않으므로 환자에게 "물린자국 없어요?" 하고 물어보면 십중 구구는 "없다"고 할 뿐만아니라 온몸을 잘 관찰하여 발견하여도 담뱃불에 데였다든지 파스를 붙였던 곳이라든지 하며 물린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여 진단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가피를 찾는 것은 의료인의 몫이 된다.

가피는 주로 팔, 허벅지, 몸통에 많으나 심지어 항문주위에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의심되는 환자는 철저히 검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의 경우 가피(진드기에 불린 상처)가 없는 경우가 있고, 열이 나는 기간이 짧고 피부발진이 더욱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전혀 열이 없었고 오한도 얺었던 80세 할머니에서 식욕부진과 신기능 저하, 저혈압 만이 있었는데 이 병으로 진단된 경우도 있어 역시 노인에서의 증상은 다양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확진은 리켓치아를 분리하거나 혈청검사로 이루어지지만 임상에서는 리켓치아의 분리가 어려운 까닭에 혈청검사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즉 Weil-Felix 반응(Proteus OX K사용)은 실시하기는 쉽지만 약 50%만이 양성이고 때로 랩토스피라증과도 교차되는 경우가 있다.

보체결합반응, 면역형광항체법, ELISA, immunoperoxidase법 등으로 확인될 수 있다. Tetracycline, chloramphenicol을 사용하면 극적으로 36~48시간이면 해열이 되나 2주정도는 투약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해야 하는데 유행지역의 관목숲이나 유행지역에 가는 것을 피해야하고, 꼭 가야할 경우 긴옷을 입고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종 전염병으로 분류되어있지만 환자는 격리시킬 필요가 없다. 백신은 개발되었으나 유용성, 안정성이 확실치 않아 시행되고 있지 않다.

김영순 내과 원장 김영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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