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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어쨌든 1위인데...시상식에서도 웃지 못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는 창단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V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제대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상식에서도 웃지 못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우리카드 선수들이 공격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우리카드]

지난달 27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우리카드 선수들이 공격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우리카드]

우리카드는 '만년 하위권'이었다. 2009~10시즌 창단한 우리카드의 전신 드림식스는 네 시즌 동안 5-6-5-4위에 머물렀다. 2013년 우리카드가 팀을 인수한 이후에는 다섯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최하위를 했고 포스트시즌에는 가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신영철 감독이 부임해 팀 구성을 바꿨고, 2018~19시즌에 정규시즌 3위로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9~20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던 팀 컬러를 지우고 조직력 강화에 집중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규리그를 마치지 못하면서 제대로 1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우승팀'이란 호칭을 못 받게 됐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정규리그 표현 방식을 (우승, 준우승이 아닌) 순위로 변경한다'고 의결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1위 상금 1억2000만 원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하고, 경기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심판, 기록원 등 구성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우승팀은 아니지만 정규리그 1위 팀으로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신인 선수 드래프트 확률 추첨에서 가장 적은 구슬을 받는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승 트로피는 받지만, 우승팀은 아닌 상황이라 아쉽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시상식에서도 1위팀이 누리는 혜택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는 레프트 공격수 나경복(우리카드)은 개인기록에서는 또 다른 후보인 안드레스 비예나(대한항공)에 다소 밀린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2위다.

나경복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491점(전체 6위)을 기록했고, 공격 종합에서도 성공률 52.92%로 전체 4위, 국내 선수 2위에 올랐다. 그런데 비예나는 득점(786점)과 공격종합(성공률 56.36%)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서브도 세트당 0.56개로 2위다. 외인 공격수 중 가장 작은 키(1m94㎝)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점프력으로 득점 기계가 됐다.

우리카드는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릴 선수도 많지 않다. 레프트에 나경복, 리베로에 이상욱 정도가 수상 가능성이 높다. 이상욱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디그 1위(세트당 평균 3.35개)에 올랐다.

그래도 우리카드는 감독상 수상으로 우승 분위기를 느끼려고 했다. 보통 감독상은 우승팀 감독에게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않은 시즌이라서 감독상 수상을 이번에는 건너뛰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30일 감독상 수상 여부에 대해 "아직 논의중"이라고 했다. MVP와 감독상까지 받지 못하게 되면 우리카드는 여러모로 올해 1위 한 뿌듯함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2019~20시즌 시상식은 9일께 열리는데 코로나19 확산 염려로 인해 아주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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