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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없이 장례 치르고 화장한 병원, 그뒤 확진 75명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 오전 대구의료원으로 한사랑요양병원 확진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대구의료원으로 한사랑요양병원 확진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다 지난 16일 숨진 66세 남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장례를 치렀다. 이후 장례식장을 찾은 방문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코로나19가 아니다”고 한 병원 측의 진단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았다가 장례식 방문객에게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주장했다.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서 숨진 60대 남성 #장례 치른 후 75명 무더기 확진자 나와 #유족 청와대 국민청원 올려 병원 규탄

 대구시에 따르면 숨진 남성 A씨는 최근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생활하다 지난 16일 숨졌다. 병원이 파악한 A씨의 사인은 ‘출혈성 쇼크 및 급성출혈성 위염’이었다. 하지만 사망 전 발열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사랑요양병원은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면회가 전면 통제됐지만, 임종실은 드나들 수 있었다. 환자가 숨진 뒤 가까운 친척들이 임종실을 찾아 고인의 얼굴을 쓰다듬기도 하고 손을 잡고 환자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유족들은 임종 당일 병원 측에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A씨의 아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려 “친척 한 분이 한사랑요양병원 관계자에게 ‘갑자기 사람이 이렇게 될 수 있나요? 코로나19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그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코로나 청정지역입니다.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족은 한사랑요양병원 인근에서 장례를 치렀다.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좋지 않아 17일 바로 화장을 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화장 다음 날인 18일 한사랑요양병원에서 확진자 75명이 무더기로 확인됐다.한사랑요양병원엔 환자 117명이 입원해 있고 종사자 7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병원은 즉시 코호트 격리(동일집단격리)됐다.

119구급대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한 요양병원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뉴스1]

119구급대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한 요양병원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뉴스1]

 이 병원에서는 지난 16일 간호사 한 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에서는 10일 전쯤 첫 증상자가 발생했고, 그동안 병원 내 확산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사랑요양병원은 29일 오전 0시 기준 확진자가 109명으로 늘어났다. 대구시의 추정대로라면 A씨가 발열 증세를 보이고 숨지기까지 병원 내에서 집단감염이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장례식에 참석했던 친척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생겼다. 장례식엔 유가족을 비롯한 친지 20여 명이 참석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1명 외 다수의 방문객도 의심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사인이 코로나19인지, 감염된 친지가 고인으로부터 감염이 됐는지는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사랑요양병원에 있던 남성의 어머니(88)도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16일 숨졌다. 가족들은 자가격리 상태여서 모친의 화장터에도 가지 못했다.

 한사랑요양병원 측은 “평소 기저질환과 증세가 비슷해 그것에 맞게 치료했더니 다음 날부터는 열이 나지 않아서 코로나 감염을 의심하지 못했다”며 “당시에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해서 빠르게 조치하지 못해 굉장히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코로나 청정구역”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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