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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해외 입국자 격리" 마음 급한 지자체, 정부보다 빨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영국 런던발 여객기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24일 영국 런던발 여객기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전남 목포에 사는 A씨(25)는 지난 26일 오전 태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태국 현지에서 1월 6일부터 2달 넘게 머무른 뒤다. 그는 공항 도착 후 발열체크, 검역신고서 작성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특별입국절차를 거쳤다. 이때 별다른 의심증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정부 검역대상인 유럽·미국에서 온 입국자가 아닌 만큼 코로나19 진단검사와 자가격리(14일) 대상자가 아니었다.

전남도 선제대응에 확진 빨리 알아 

하지만 전남도가 지난 27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자체적인 검사방침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남도는 A씨의 휴대전화로 진단검사를 안내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A씨는 목포시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체를 채취하기에 이른다. 전남도는 자가격리까지 통보했다. 결국 A씨는 이튿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태국 현지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도의 강화한 지침에 비교적 빨리 확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유입 추정‘코로나19’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해외유입 추정‘코로나19’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루 발생 환자 105명 중 41명 해외유입 

코로나19의 해외유입 환자가 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중앙정부 보다 강화한 방역대책을 내놓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0시 현재 국내 누적 확진자 중 해외유입 관련자는 412명이다. 전날 하루 동안 발생한 신규 환자 105명 중 41명(39%)이 해외유입 사례였다.

공항 검역단계서 걸러지지 않은 환자는 지역사회 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뒤늦게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한다고 29일 오후 브리핑에서 밝혔다.

29일 오후 대구시 동구 봉무동의 한 대형 복합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대구시 동구 봉무동의 한 대형 복합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대구시, 두 번 음성나와야 자가격리 해제 

입국자에 대한 자체 방역대책은 대구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대구시는 지난 26일부터 이미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 조처를 하고 있다. 입국한 지 3일 안에 진단검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 막바지인 12∼13일째 실시하는 두 번째 진단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와야 집 밖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방침보다 강화한 조치다.

정부,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유럽·미국에서 국내로 온 입국자(내국인 포함)에 한해서만 검역단계 검사·진단검사·자가격리를 실시 중이다. 유럽과 미국 등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온 입국자는 발열이나 기침 등 유증상자로 분류돼야 진단검사나 능동감시를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역유입 사례가 늘자 정부는 4월 1일 0시부터 지역과 국적 상관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의무적 자가격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지난 25일부터 해외를 다녀온 도민에게 무료 진단검사를 지원 중이다. 의심증상이 없어도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자가격리도 의무가 아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태국에서 입국한 영국인 남성(경기도 수원)이 감염 확인 전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하철을 이용하는가 하면, 집 근처 공원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2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탑승장에서 관계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이용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뉴스1

2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탑승장에서 관계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이용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뉴스1

제주도, 공항에 선별진료소 운영 

제주도는 30일부터 제주공항에 선별진료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외방문 이력이 있는 자가 대상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즉시 코로나 19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공항 도착장 주변에 개방형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도 격리시설로 이동해 대기해야 한다. 최근 제주 여행을 다녀온 미국 유학생 모녀가 확진 판정을 받자 나온 대책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해외유입 환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코로나 19 감염을 우려한) 지역사회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유럽·미국발 입국자 검역을 차례로 강화했지만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무적 격리를 모든 입국자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민욱·김준희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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