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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냉동 난자아기 곧 탄생

중앙일보

입력

서울 차병원에서 빠르면 이번 주중에 얼린 난자를 이용한 아기가 태어난다. 동결 수정란에서 아이가 태어난 적은 있지만 난자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난자 동결은 흔한 수정란 동결과는 달리 세계적으로도 성공 사례가 손꼽을 정도여서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차병원의 관계자는 "난자는 동결때 다루는 할구수정란보다 훨씬 크기가 커 제대로 얼렸다 풀기가 쉽지 않은 실정" 이었다고 말했다.

수정란 냉동은 정자 냉동과 함께 불임해결을 위한 기술로 가장 널리 사용돼왔으나 ´윤리의 벽´ 에 부딪히면서 난자 동결이 돌파구로 떠오른 것. 독일.네덜란드 등은 수정란 동결을 아예 금하거나 수정직후 핵 (核) 형성 때만으로 제한하는 등 법적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수정란을 개체에 준하는 생명체로 본 탓.

건국대 이훈택교수팀은 최근 소.돼지의 수정란을 특수 냉동처리해 수태율을 끌어올렸다. 보통 냉동 수정란을 이용할 경우 수태성공은 40~60%선.

이교수팀은 그러나 냉동에 앞서 미세흡입기로 수정란에서 지방을 뽑아냄으로써 새끼의 생존율을 80%선까지 높혔다.

이교수는 "난자.수정란 동결기술이 발달하면서 질병치료나 우수품종 생산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지고 있다" 고 말했다.

차병원 관계자 역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여자 입장에선 난자 동결만이 임신을 가능케하는 거의 유일한 기술" 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암치료 약물이 난소를 파괴, 생식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

차병원은 한발 더나가 아예 난소조직 전체를 얼렸다 쓰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연구팀은 아직 얼렸다가 해동 (解凍) 된 난소가 제 기능을 하는지를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

그러나 이미 영국에서는 오래전 생쥐의 난소를 얼렸다가 해동시켜 다시 이식한 후에 수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간 난소의 동결.해동도 머지않아 기술적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생체조직에 이어 장기를 통째로 얼리는 시도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아직 성공 사례에 대한 보고는 없는 실정. 다만 간이나 각막.피부는 장기의 부분조직을 얼렸다 해동시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은 확인한 상태.

장기 냉동기술 개발될 경우 장기이식은 물론 인간냉동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인간냉동은 미국.호주.뉴질랜드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아직은 냉동기술이 불완전해 ´냉동인간들의 미래´ 는 불투명한 현실이다.

미국에는 크라이요 스팬 등 6개의 냉동전문그룹이 현재 60명 이상의 ´사자 (死者)´ 를 냉동시킨 상태. 또 머리 부분만 냉동되고 있는 사례도 10여건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을 통째로 냉동시키는 방법 또한 수정란 냉동과 기술적으론 크게 다를 바 없다.

크라이요 스팬측은 "혈관을 통해 동해방지제를 주입한 후 섭씨 영하 79도의 드라이아스에 넣은 후 다시 영하 1백96도의 액체질소에 냉동인간을 보관한다" 고 설명하고 있다.

동해 (凍害) 방지제란 글리세롤 혹은 알콜이 주성분으로 자동차의 부동액과 비슷한 성질의 용액. 이교수는 그러나 "인간의 뇌나 장기에 큰 손상을 주지않고 냉동시킬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못한 실정" 이라고 말한다.

동결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사람이건 난자이건 얼음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달려있다. 사람의 몸은 70%, 난자는 80% 가까이가 물인데 이들이 얼면 부피가 늘면서 조직이나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인간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21세기나 늦어도 22세기쯤이면 불치로 알려진 현재의 많은 질병이 치료될 것" 이라며 "인간냉동만이 불치환자들에게 미래의 복음을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전자치료 등 현재도 미세치료기술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세포를 분자적인 수준에서 다스릴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의 성사와는 별개로 윤리적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냉동 ´사자 (死者)´ 가 나중에 살아날 경우 친인척간의 연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또 설령 살아 깨어난들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정립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뇌만 냉동보관되는 경우 미래에 뇌세포에서 체세포복제 기술로 몸을 키워내기로 돼있어 이 또한 생명에 대한 ´상식´ 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최근 생명복제기술에 대한 논란처럼 생체냉동이 뜨거운 감자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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