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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상징’ 노루 돌아왔다···총기포획 금하니 500마리 급증

중앙일보

입력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 최충일 기자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 최충일 기자

한라산의 상징 노루가 다시 돌아왔다. 총기포획이 합법화 되며 개체수가 줄어들자 지난해 7월 유해동물 딱지를 떼고 포획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3일 “지난해 노루 개체 수는 4400여 마리로 전년(2018년) 3900마리에 비해 500여 마리(12.8%)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4400여 마리 500마리 늘어 #포획 줄자 개체수 다시 회복 방향 #“포획, 농가피해 감소 효과 적어” #“농가와 공생할 근본 해법 찾아야” #

개체 수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유해 야생동물'에서 노루를 제외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제주도의 '2019년 노루 개체 조사'에 따르면 2009년 1만2800마리에 이르던 노루는 2013년 7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돼 포획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노루 개체 수는 2015년 7600마리, 2016년 6200마리. 2017년 5700마리, 2018년 3900마리로 감소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산정한 제주도내 노루의 적정 개체 수는 6110마리다. 특히 지난해 5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일부 지역은 노루가 100마리 이하로 절멸단계에 접어 들었다.

이 조사에 따른 지역별 노루의 숫자는 제주시 한림읍 79마리, 한경면 15마리, 서귀포시 대정읍 24마리, 안덕면 86마리 등에 불과하다. 지난해 노루가 유해동물에서 해제된 것은 최근 10년새 개체 수가 9000여 마리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밀렵과 로드킬(차량사고)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들. 최충일 기자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들. 최충일 기자

노루의 경우 2000년대 이전까지만해도 개체 수 감소로 보호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루 개체 수가 감소한 주된 원인은 포획과 로드킬, 자연 감소 등으로 분석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루 7032마리가 포획됐다. 로드킬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부터 2012년에는 매년 140여 마리가 로드킬 당한 데 이어 2013년에는 330여 마리,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450여 마리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로드킬이 늘어난 데 대해 포획의 간접적인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발 400m 이하에 서식하던 노루들이 포획에 위협을 느껴 주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중산간 이하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과 과거 초지대였던 목장용지가 다른 용도로 변경돼 서식환경이 악화한 것도 로드킬이 늘어나는 이유로 분석됐다. 아울러 어미를 잡으면 젖먹이 새끼들이 살 수 없는 점, 짝짓기 기간에 잡아 개체 수가 늘어날 기회를 줄인 점, 총에 맞거나 도망치다 다쳐 숲속에 들어가 죽어 수거가 안 된 노루가 많은 점 등도 개체 수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를 보고 있는 시민들. 최충일 기자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를 보고 있는 시민들. 최충일 기자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로 보상을 받은 연도별 농가수는 2015년 321곳, 2016년 188곳, 2017년 236곳, 2018년 310곳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노루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농가 피해가 감소하기는커녕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사실상 포획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제주도는 단순히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이 아니라 완전해제를 추진하고, 노루에 대한 제대로 된 생태와 서식연구를 통해 농가와 공존할 수 있는 보전관리방안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환경정책위원회 야생생물보호분과에서 노루에 대한 유해 야생동물 관련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앞으로 노루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경쟁동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주노루를 보호·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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